아들 치료하려 대학원진학·연구소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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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보통도 못되는 모자라는 아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엄마 몰래 뺨을 때리고 집어도 던졌다. 16층 아파트에 살 때는 '하나님, 저는 이런 아들이 필요없으니 데려가세요' 라며 떨어져 죽기를 바라기도 했다. "

자폐 성향의 아들을 둔 아버지 석인수(石仁洙.36.대구시 북구 대현동)씨가 인터넷에 올린 고백이다.

石씨와 부인 지옥분(池玉分.37)씨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아들 다니엘(7.초등1)이 카네이션을 달아주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았다.

이날이 어버이날이라는 인식을 가진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石씨는 이날도 학교를 찾아 다니엘을 지켜보았다.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행복에 겨웠다.

오랫동안 자포자기 상태였던 다니엘이 큰 탈없이 학교생활을 할 정도로 나아진 것은 아버지 石씨의 눈물겨운 육아 덕이다.

첫아들 다니엘이 자폐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생후 20개월 무렵. 부모와 눈을 맞추지 않고 늘 혼자만 있으려 했다.

병원 진단은 정신지체와 언어장애의 중복장애 1급. 전문기관에 1년 정도 맡겼다. 石씨는 과외를 지도하며 치료비를 댔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없어 직접 치료를 하기로 했다.

아들의 불치병 치료에 나선 부모의 실화를 그린 영화 '로렌조 오일' 에 자극받았다.

石씨는 아들 치료를 위해 1998년 대구대 특수교육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아예 부인의 한의원 건물에 '해바라기와 나팔꽃' 이라는 이름의 자폐아 연구소를 세웠다.

이 연구소는 발달장애 어린이 치료를 전문으로 하며 20여명의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자폐아 부모들과 자신의 육아체험.교육정보를 나누기 위해 지난 3월 연구소의 홈페이지(http://myhome.shinbiro.com/~mark77/frame.htm)를 만들었다.

홈페이지에 실린 石씨의 '육아일기' 는 같은 처지의 많은 부모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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