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사계] 흥청대는 '연휴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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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일 오전 3시 창안(長安)대로의 싸이터(賽特)백화점. 고급 외제 물건이 많고 비싸기로 유명한 이 백화점이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볐다.

2백여대를 수용하는 주차장은 이미 꽉 찬지 오래다.

바로 옆 빌딩의 주차장으로 차량을 인도하는 안내원의 손짓이 바쁘다.

싸이터 백화점에 따르면 이날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의 밤샘 판매에서만 1백21만위안(1억7천만원 상당)의 매상을 기록했다.

구두와 화장품, 의류 등 세가지 상품이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했다.

백화점의 밤샘판매가 베이징(北京)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춘절(春節.설)부터 점차 선을 보이기 시작한 이같은 밤샘판매는 지난해 10월 1일의 건국 50주년 연휴를 거쳐 2000년 신정 연휴 3일을 계기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12월 31일. 푸청먼(阜城門)에 위치한 화롄(華聯)쇼핑센터는 밤샘판매에서 40% 세일을 실시했다.

그 하룻밤에 10만명의 고객을 끌어들이고 1천1백만위안(15억여원)의 매상을 올렸다.

이같은 인파와 매상은 이 쇼핑센터가 3년 전 개업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당초 오전 3시에 영업을 끝낼 예정이었으나 너무 많은 인파로 1시간30분을 연장, 4시30분에야 겨우 문을 닫았다.

이에 자극받은 각 상가들이 올해 춘절에 이어 이번 노동절 7일 연휴를 이용, 또다시 밤샘 판매를 벌인 것이다.

평일에 비해 세배는 더 판다는 밤샘판매에 왜 이렇게 많은 중국인들이 몰리는 것일까. 화롄 쇼핑센터의 기획부 경리 리리(李麗)는 이렇게 말했다.

첫째, 명절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쇼핑이 많다.

둘째는 세일과 선물에 소비자들이 약했던 것 같다.

셋째, 소비자들이 돈, 즉 구매력이 있어 계기만 주어지면 왕성한 쇼핑을 벌인다는 것이다.

특히 낮에는 교외로 나가 전원을 즐기고 밤에는 다시 시내로 들어와 저녁식사와 TV시청까지 마친 뒤 바깥바람을 쐰다는 매력이 있어 밤샘판매가 인기라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가리켜 '이제짜오스(以節造市.명절을 이용, 시장을 형성한다)' 란 신조어도 탄생했다.

유상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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