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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씨 200억 사재 털어 장애인대학 설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벤처기업을 차려 이른바 '돈방석' 에 앉은 사업가가 자신의 전 재산을 장애인 교육을 위한 대학 건립을 위해 내놓기로 했다.

㈜한국벨통신 회장 정호영(鄭豪泳.49)씨는 가칭 '장애인기술전문대학' 재단법인을 설립, 시가 2백억원 상당의 소유 주식을 출연키로 했다고 7일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자신 소유인 서울 태릉 일대 4만여평을 학교부지로 내놓을 계획" 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공대를 졸업한 鄭씨는 1988년 귀국, 가정용 무선전화기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꾸준한 기술 개발로 수출 시장을 공략, 90년대 미국 무선전화기 시장의 30%를 점유할 정도로 그의 회사는 급성장했다.

鄭씨가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9년 도산한 후배의 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 이곳에서 일하던 장애인'근로자'들을 접하면서 이들의 잠재력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처음에는 장애인들이 소극적.폐쇄적이어서 어려움이 많았죠. 하지만 적절히 작업을 분배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에 맞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더니 아무 문제가 없더군요. 오히려 정상 근로자에 비해 이직률이 낮아 이들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현재 鄭씨의 회사에는 1천2백명의 직원 중 장애인이 1백20여명에 달한다.

각 작업장에는 휠체어 이동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을 위한 완벽한 시설을 갖춰 뇌성마비.정신지체와 같은 중증 장애인도 어려움 없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학비 지원을 아끼지 않아 18세에 생산직에 입사한 한 장애인의 경우 대학교육을 마치고 회사의 핵심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을 정도다.

鄭씨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재교육 학교 건립으로 이어진다.

그는 자신의 거의 모든 재산을 내놓아 정부지원금이나 후원금 없이 2003년까지 장애인기술전문대학을 만들 예정이다.

"이제는 빈털터리" 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기업가의 책임을 강조한 鄭씨는 다른 어떤 재산가보다도 큰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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