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애니 '앨리스' 감독 마에지마 겐이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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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앨리스' 가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일본의 극장용 풀3D 컴퓨터애니메이션이라는 점, 두번째 필름이 아닌 첨단 디지털 광처리 영사방식(DLP)으로 상영됐다는 점, 세번째는 '벅스라이프' 나 '토이스토리' 처럼 곤충이나 인형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마에지마 겐이치(前島健一.43)감독은 이런 궁금증에 대해 조심스러운, 하지만 자랑스런 표정으로 답변했다.

우선 제작과정에 대해 그는 열댓명의 컴퓨터그래픽 제작인력이 '마야' 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6개월간 1억엔(약10억원)을 들여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인력과 예산으로 이렇게 빨리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애니업계의 저예산구조와 우수인력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개발해 '스타워즈 에피소드1' '토이스토리2' 등에서 선보인 DLP방식에 대해 마에지마 감독은 "디지털은 영화.애니메이션.게임에 모두 적용되는 개념이며 앞으로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날 것" 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표현했다.

레이저나 홀로그램을 이용한 입체 애니메이션도 멀지않았다는 것이 그의 전망.

눈쌓인 들판에서의 추적신 중 화면의 번쩍거림에 대해 묻자 "DLP방식은 화면조절이 매우 어려워 일본에서도 여러번 조정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콘트라스트 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발견하고 (일본으로)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 아닌가" 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미국 작품은 어린이용이기 때문에 인형과 곤충이 주인공이지만 일본 작품은 어린이만 보는 것은 아니며 인간 본연의 감정에 호소해야 성공할 수 있다" 고 문화적 차이를 설명한 마에지마 감독은 "미묘한 감정변화를 표정에 담기가 가장 어려웠다" 고 털어놓았다.

'앨리스' 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의 이미지 형식이 혼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멀티미디어적이다.

설원 추적신은 007시리즈의 한장면과 유사하며 미래세계 지배자의 엄마를 과거로부터 납치한다는 설정은 '터미네이터' 를 살짝 비틀어놓은 형태. 메인컴퓨터 접근과정은 완전히 게임의 한장면을 연상시킨다.

특히 핸드폰의 '통화권 이탈' 표시를 통해 주인공 16세 소녀가 갖게된 고립무원의 불안함을 감각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은 돋보였다.

하지만 전개상 헛점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하지만 마에지마 감독은 이런 여러 지적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겨달라" 고 주문했다.

그는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는 올 가을 개봉예정으로 극장용 2D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지만 제목조차 비밀이라고 말했다.

전주〓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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