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맛있는’ 화장품 뷰티 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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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뷰티 푸드를 먹거나, 화장품을 바르거나. 2009년, 미용의 두 가지 컨셉트다. 모델=최유진(DCM), 촬영 협조=아모레퍼시픽 V=B 프로그램 ‘에스라이트 슬리머 DX’, 헤라

화장품 회사마다 ‘먹으면 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뷰티 푸드’를 내놓고 있다. 기존에는 화장품을 ‘발라서’ 예뻐졌다면, 이제는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분을 직접 ‘먹어서’ 예뻐질 수 있다는 컨셉트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보이는 부분을 넘어 몸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최근 미용계의 믿음과 맥을 같이한다.

글=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먹으면 예뻐진다? 화장품 업체 앞다퉈 출시

업계에서는 소망화장품의 ‘멜라클리어’를 화장품 업계에서 내놓은 뷰티 푸드의 시초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1년 말 출시된 이 제품은 기미·주근깨를 치료해주는 의약품이다. 제약회사와 식품회사가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주도해온 시장에서 화장품 업체의 참여가 더욱 본격화된 시기는 2005년 무렵이다. 화장품 업체들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주요 소비자층을 기존 중·장년층에서 젊은 여성으로 확대 겨냥하며 피부 미용, 노화 방지, 다이어트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업체가 가진 방문판매, 백화점, 전문점 등의 다양한 유통망이 폭넓은 판로를 가능케 했다. 아모레퍼시픽 ‘V=B프로그램’은 지난달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 매장에 단독 브랜드 매장을 열었다. DHC코리아 측은 “몸속 건강은 피부 건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먹는 것 혹은 바르는 것만으로는 100% 만족할 수 없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화장품 사업과 건강식품 사업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웰빙 열풍이 지속되는 한 한국에서 뷰티 푸드 시장은 그 영역이 더 넓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1 키토올리고당과 달맞이꽃 종자유 성분 등이 함유돼 있다. 아모레퍼시픽 V=B 프로그램 ‘키토플러스’.
2 10가지 필수 비타민이 들어있다. 아모레퍼시픽 V=B 프로그램 ‘멀티비타민’.
3 소나무 껍질 추출물과 비타민 C·E 등이 함유돼 있다. LG 생활건강 ‘엘 스킨케어 다이아몬드’.
4 콜라겐, 비타민C 등이 들어 있다. 오르비스 ‘시트러스 콜라겐’.
5 진주에 함유된 마그네슘·철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먹거나 바를 수 있는 제품이다. 미키모토 코스메틱 ‘펄 파우더’.

피부를 깨끗하게 한다는 ‘콜라겐 음료’

‘콜라겐 음료’는 피부를 좋아지게 한다는 컨셉트의 대표적인 뷰티 푸드 중 하나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오르비스와 한국의 화장품 전문점 아리따움이 각각 콜라겐을 함유한 음료를 판매한다. 이들 업체에 의하면 피부 진피층의 70%를 구성하는 중요한 피부 단백질인 콜라겐은 노화,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피부 내 합성 능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콜라겐 음료를 꾸준히 섭취하면 피부에 부족한 콜라겐 성분을 보충할 수 있어 탄력 있는 피부를 가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르비스 콜라겐 음료 한 병에는 6000mg의 콜라겐과 500mg의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넉 달째 하루 한 병씩 콜라겐 음료를 마신다는 회사원 이영민(30·여)씨는 “얼굴이 전체적으로 밝아지고 화장이 예전보다 더 잘 먹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먹는 콜라겐의 미용 효과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분당 아름다운 나라 피부과 서동혜 원장의 의견이다. 서 원장은 “비타민 C 등 여러 다른 성분도 함유돼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미용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부 노화 방지, 다이어트용 알약·앰플도

‘건강기능식품’과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도 뷰티 푸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제품 유형이다. 건강기능식품이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가진 원료로 제조한 식품을 의미한다. 이 중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은 새로운 기능이 발견된 원료를 인체 시험 등 다수의 과학적인 절차를 거쳐 제품에 사용한 것을 말한다.

LG생활건강은 피부 미용 분야 개별인정형 제품인 ‘엘 스킨케어 다이아몬드’를 판매한다. 소나무 껍질 추출물과 비타민 C·E, 달맞이꽃 종자유 등의 원료를 섞어 만든 복합물로 피부의 광노화를 방지하고 피부 주름, 색소 침착 등을 개선해준다고 한다. 캡슐 형태로 하루 두 알씩 복용하면 된다.

다이어트용으로 나온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V=B 프로그램’의 ‘에스라이트 슬리머 DX’다. 앰플 형태로 하루 한 번씩 섭취하면 체지방 분해효소의 활동을 활성화해 체지방과 복부지방 분해를 도와준다고 한다. ‘V=B 프로그램’ 안에는 이 제품 외에도 15종의 건강기능식품이 있다. LG생활건강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청윤진’도 약 30여 종의 제품군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코리아나, 미키모토 코스메틱, DHC 등이 다양한 종류의 뷰티 푸드를 판매하고 있다.

영양제처럼 복용해야 … 큰 기대는 금물

피부 문제는 오랫동안 피부 관리를 소홀히 했거나, 또는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혔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뷰티 푸드를 섭취해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이사라 약사는 “뷰티 푸드는 용법, 용량을 잘 지켜 오랫동안 꾸준히 영양제처럼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빠른 효과를 보겠다고 용량 이상을 복용하는 것도 위험하다. 위장장애나 어지럼증 등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이 없더라도 필요 이상의 성분은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용량 이상의 복용은 경제적인 낭비일 뿐이라고 한다. 이씨는 “올바른 생활습관이 자전거의 몸체라면 뷰티 푸드, 마사지, 병원 시술 등은 보조 바퀴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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