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발 환경 바람 녹색펀드에 다시 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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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주식시장에 한동안 가라앉았던 녹색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7일(현지시간)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막된 게 영향을 미쳤다.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에서 온실 가스 감축 등에 대타협이 이뤄질 경우 탄소배출권·풍력·태양열 등 녹색 관련주들의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녹색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녹색바람을 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직접 녹색 관련주들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며칠간 테마를 형성하며 크게 올랐던 코스닥의 녹색 관련주는 8일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직접투자가 불안하다면 녹색 관련주에 투자하는 녹색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 1억원 이상인 녹색성장펀드는 모두 11가지. 이 가운데 순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펀드는 ▶한화녹색성장 1 ▶NH-CA대한민국녹색성장 ▶미래에셋녹색성장A 등 3개다. 그러나 이들 펀드 모두 설정된 지 3~7개월밖에 되지 않아 현재 시점에서 수익률을 평가하기엔 이르다. 다만 펀드 규모는 작지만(순자산 17억원) 녹색성장펀드 가운데 설정일이 가장 이른 하나UBS신경제그린코리아 펀드의 경우 1년 수익률이 74.33%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63.95%)을 앞선다.

녹색성장펀드도 투자 종목을 뜯어보면 다 같은 펀드가 아니다. NH-CA자산운용의 이진영 팀장은 “모두 녹색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어떤 지수를 추종하느냐에 따라 녹색펀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녹색펀드는 코스피지수 또는 코스피200지수를 벤치마크로 하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움직임과 펀드 수익률이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얘기다. 수익률을 맞추려면 삼성전자·포스코 등 코스피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목을 많이 편입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코스피형 녹색펀드의 상당수는 삼성전자·포스코·KB금융·신한지주 등 녹색과는 관련성이 적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녹색 간판을 내걸었지만 일반 주식형 펀드처럼 업종 대표주에 많이 투자하고, 부수적으로 녹색 관련주를 편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래에셋맵스 그린인덱스, NH-CA 대한민국 녹색성장 등의 펀드는 녹색 관련주 20종목으로 구성된 MKF 지수를 벤치마크 한다. 물론 이들 종목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편입하고 있지만 녹색 관련주에 대한 투자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미래에셋맵스 그린인덱스 펀드의 경우 삼성전기(2차전지)·LG화학(2차전지)·OCI(태양광 소재) 등이 상위 5개 보유종목에 랭크돼 있다.


테마 형성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심한 코스닥의 녹색 관련주에 대한 투자비중도 펀드별로 차이가 있다. 미래에셋맵스 그린인덱스의 경우 코스닥 투자비중이 20%가량 되지만, NH-CA 대한민국 녹색성장은 아직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펀드의 단기 수익률은 코스피 추종 펀드가 녹색지수(MKF)를 벤치마크하는 펀드를 소폭 앞서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업종 대표주 중심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김수한 팀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면 코스피형 녹색펀드를, 녹색 테마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 녹색지수형 펀드가 좋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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