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도입 땐 콘텐트 시장 작은 혁명…지상파가 왜곡한 유통구조 바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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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종편 사업자의 모기업 특성에 따라 편성이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사가 종편에 진출할 경우 보도 부문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진출할 경우 오락 부문의 강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종편이 출범 초기부터 높은 제작비가 요구되는 편성을 택할 경우 자본금이 조기 잠식될 우려가 있다. 미국의 FOX, 프랑스의 카날 플뤼의 성공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광고 수익 확보 측면에선 신문사가 종편에 진출할 경우 기존의 광고 영업력을 기대할 만하다. 인쇄 광고의 일부가 전이되거나 신규 광고주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신규 채널의 낮은 인지도와 매체력 때문에 기존 방송 광고주 영입은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종편 도입에 따른 콘텐트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우선 콘텐트 수급 방식을 차별화해 외주제작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전체 외주프로그램 가운데 독립제작사의 저작권은 4.8%만 인정해주고 있다. 저작권 분배의 불균형과 불합리한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방송사는 편성과 송출을 맡고, 외주사는 제작을 담당해 기능을 분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종편 PP와 제작사 간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종편 PP와 네트워크를 맺은 제작사는 지상파 방송사와는 최소한의 물량 거래를 유지한 채 독점적으로 종편 PP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경우 종편 채널은 안정적인 프로그램 수급이 보장되는 반면, 향후 콘텐트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독립제작사도 안정적인 편성과 저작권은 보장받더라도 지상파에 비해 방송사로부터 받는 제작비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하지만 종편 채널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선 다양한 사업자 간 협력체제 구축이 요구된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통해 사업자 간 차별화된 기능 분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기존의 공익 프로그램 위주의 지원 이외에 상업적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제작 펀드를 활성화하고 종편 채널과 영화 산업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유도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종편 채널과 제작사 등 다양한 사업자 간의 협업과 차별화된 콘텐트 거래 방식이 향후 지상파 방송사 등의 내부통합체제와 거래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따라 궁극적으론 콘텐트 유통 시장 활성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문행 교수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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