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출판단지내 아파트 난개발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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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꽃과 호수의 도시,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널리 알려진 고양시가 난(亂)개발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고양시와 모 기업은 일산신도시 출판단지 부지에 55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고양시의회는 지난달 18일 1차 심사에서 베드타운의 심화에 대한 우려와 벤처타운 유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이 안건을 일단 계류시켜 놓고 있다.

베드타운으로 변해가고 있는 일산신도시를 비롯한 고양시는 장기적으로 자족기능과 쾌적한 주거기능을 갖춘 도시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고양시의 인구는 이미 78만명을 넘어섰으며 2010년에는 1백만명을 웃돌 전망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고양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는 쾌적하고 공기 좋고, 차 안 막히고,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도 금방 접할 수 있는 녹지가 주는 평화로움이 있어서다.

그러나 자족기능 부족으로 아침.저녁마다 수많은 시민들이 교통지옥에 시달리며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다. 고양시 역시 적정 규모의 세수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안고 있다. 따라서 지금 고양시에 필요한 것은 세수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인구증가 요인이 되는 고층아파트가 아니라 자족기능 구비에 도움이 되는 생산기반 시설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출판단지 부지가 용도변경으로 아파트가 되면 일산신도시에 빈터로 남아 있는 상당 규모의 업무용 및 자족시설 부지들도 잇따라 아파트 부지로 바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미노식 용도변경 추진을 막을 방법이 없어지게 돼 기반시설 포화상태에 직면한 일산신도시는 마구잡이식 개발의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이다.

고층아파트가 조성되면 아파트보다 낮은 높이의 소각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환경피해도 발생한다. 환경부가 소각장 조성 당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소각장 굴뚝은 주변 건물 높이의 2.5배 이상 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회정의는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산신도시 조성계획 수립 당시 정부는 업무용지로 약속했고, 자족기능을 다짐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연과 더불어 자손들까지 여유로운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고양시가 되길 갈망한다.

박정범 <고양청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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