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아니라도 스마트폰 쓸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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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KT가 2세대(2G) 휴대전화 가입자가 3G 단말기로 바꿀 때 새로 바뀌는 ‘010’ 식별번호가 아닌 기존 ‘01X’번호를 그대로 표시해주는 부가서비스를 추진한다. 기존 번호가 바뀌는 것을 꺼려 2G 단말기를 계속 쓰는 휴대전화 이용자가 부담 없이 3G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반면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010 번호통합 정책’에 역행하는 서비스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에 2G 가입자 유치를 놓고 정책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방통위(옛 정보통신부)는 2004년부터 3G 단말기에는 무조건 010 식별번호만 쓰는 이동통신 번호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현재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의 70% 이상이 010 번호를 쓴다. 그래서 ‘011’ 등 기존 번호를 선호하는 가입자들은 2G 단말기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런 가입자는 다양하지 못한 2G 단말기로 불편을 겪고, 심지어 스마트폰은 아예 쓰지를 못한다.

KT가 이런 틈새시장을 부가서비스로 공략한 것이다. 3G 단말기 자체에는 010 번호가 입력되지만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는 기존 번호로 표시해준다. ‘겉과 속이 다른’ 번호안내 서비스다. 이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기존 01X 번호에 대응하는 010 번호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017-210-abcd 번호를 가진 휴대전화 이용자가 3G 단말기를 구입하면 번호가 010-6210-abcd로 바뀐다. 이때 기존 ‘017’ 번호는 다른 사람이 다시 쓸 수 없다.

KT는 대신 서비스 이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오영호 KT 홍보부장은 “2년 뒤에는 010 번호로 바꾸겠다는 조건이 달리기 때문에 정부의 010 통합 정책에 오히려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KT의 부가서비스는 허가 대상이 아니라 약관 신고대상이다. KT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강행하면 서비스가 가능하다. 다만 방통위의 입장이 나오기 이전엔 시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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