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 이사 후지구치 "내용엔 만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지난 26일 축구 한.일전은 한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한국이 마냥 승리에 도취하기엔 경기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거칠었다.

일본 또한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차제에 한.일전을 보는 시각도 한 차원 성숙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승부에 일희일비하고 '죽어도 이겨야 한다' 는 적대적 경쟁자가 아니라 2002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서 보완점을 찾아내고 서로 일깨우는 상생(相生)의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 초청으로 방한한 일본프로축구(J리그)기술이사 후지구치 미쓰노리(51)를 만나 양국 축구 협력방안을 들어봤다.

후지구치는 1970년대 일본 국가대표로 동대문운동장에서 한.일전을 치른 바 있는 경기인 출신이다.

- 한.일전을 본 소감은.

"우리가 졌지만 내용은 좋았다. 젊은 선수들이 어려운 조건에서 잘 싸웠다고 본다. 한국은 노련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불리한 경기를 이기는 저력을 보여줬다."

- 일본 대표팀에 대해 아쉬웠던 점은.

"항상 그렇지만 80%는 잘 하는데 마무리 20%가 잘 안된다는 점이다(골 결정력 부족을 이렇게 표현했다). "

- 한.일 양국이 서로 배워야 할 점은.

"일본은 어려서부터 클럽에서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축구를 하기 때문에 기본기와 창의력이 좋다. 한국은 투지와 스피드, 승부에 대한 집착력이 강하다."

- J리그와 K리그의 교류에 대한 복안은.

"양국의 강팀들이 아시아클럽선수권이나 아시안컵위너스컵 등에서 만나면 자연스러운 교류가 될 것이다.

양 리그 상위팀끼리 모여 대회를 갖는 것도 양국의 리그일정을 조절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한.중.일 등 극동이 힘을 합쳐야 아시아권에서 중동세에 밀리지 않을 것이다."

- '한국인 J리거' 는 많지만 '일본인 K리거' 는 없는데.

"양국간 환율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연봉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것 같다. 일본 선수들도 거친 한국보다 유럽 쪽으로 가고 싶어한다."

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