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 NGO] 축산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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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주부 이금애(43.서울 강동구 명일동)씨는 요즘 주변사람들로부터 "혹시 축협직원이냐" 는 말을 종종 듣는다.

'우리 축산물 소비촉진 캠페인' 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아파트 부녀회.동창회 등에서 우리 축산물을 많이 먹자는 얘기를 자주 하기 때문이다.

李씨의 이같은 활동은 지난 2월 '축산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이하 축사모)에 가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축협매장에서 우연히 '축사모' 회원 가입 안내문을 보고 식탁 안전을 위해서는 우리 축산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결성된 축사모는 1백만 축산 농가를 살리고 동시에 우리 식탁의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발족된 시민단체.

지난해 벨기에산 육류의 다이옥신 오염 파동과 국내 수입 쇠고기에서 납탄 덩어리가 검출되는 등 식탁 안전이 위협받자 우리 축산물을 지켜야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축사모 이준흥 사무처장은 "지난 97년부터 돼지고기와 닭고기 수입이 전면 개방된데다 내년 1월부터는 쇠고기 수입마저 완전개방될 예정이어서 우리 축산업은 풍전등화 상태" 라며 "외국산 육류가 마구 수입될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축사모를 결성했다" 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도 축사모 결성의 촉발제가 됐다.

WTO 농업부문 협상으로 수입 축산물에 대한 관세장벽이 낮아질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축산농가들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인식한 건국대 축산대 류제창 교수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김현욱 교수 등이 주축이 됐다.

이들 외에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의 탤런트 고두심씨와 두레마을 공동체 김진홍 목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 등 14명의 공동대표가 축사모를 탄생시켰다.

4개월여밖에 안된 신생단체임에도 회원은 4월 현재 3백40만명을 기록했다. '과부사정은 홀아비가 아는' 것처럼,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걱정한 농민들과 민주노총 회원들이 대거 가입했다. 여기에 축협을 이용하던 주부들까지 회원이 되겠다며 찾아왔다.

올들어 구제역 발생으로 육류소비가 급감하자 축사모 회원들은 팔을 걷어붙였다. 전국회원들이 나서 육류 소비 권장에 앞장섰고 시식회를 열어 우리 고기가 안전함을 알렸다.

이들이 앞으로 주력할 활동은 WTO협상에 참가해 우리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알리고 선진국 위주로 진행될 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

'WTO.투자협정 반대 국민행동' 과 같은 국내 시민단체뿐 아니라 축산물 수입국인 외국 NGO와도 협력해 선진국 위주의 협상을 막겠다며 준비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축사모 회원에게는 축협판매장에서 육류를 구입할 때 가격의 3%를 깎아주고 있으며 앞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안전한 먹거리도 공급할 계획이다. 회원가입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chuksamo.org)나 전화(02-475-9232)를 통해 받는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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