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월드] IAEA는 무슨 일 하는 기구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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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요원들이 19일부터 한국의 핵시설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러 온다는 소식 들으셨죠. IAEA는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다룰 때마다 등장했던 국제기구예요. 오늘은 국제 뉴스의 초점이 된 IAEA에 대해 알아볼까요.

1. IAEA가 뭐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으로 인명 피해가 너무 컸어요. 이런 무기를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 전쟁 때마다 너도나도 쓰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죠. 당시 핵기술을 보유한 민간 업체들도 꽤 있었거든요. 그래서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도록 감시하는 국제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1953년 12월 8일 8차 유엔 총회에서였지요. 그로부터 3년 후인 56년 80개국이 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설립 헌장에 조인했습니다. 이듬해 7월 29일 헌장이 발효됨으로써 유엔총회 산하 기구로 IAEA가 정식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리나라는 그해 11월 회원에 가입했고 북한도 74년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IAEA는 회원국의 핵개발 활동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었어요. 소련이나 인도 같이 핵개발을 추진하던 나라들이 반대했거든요.

2. 그럼 IAEA는 있으나마나한 기구 아닌가요.

맞아요. 창설 초기 IAEA는 소련.영국.프랑스.중국이 핵개발에 성공해도 저지할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핵무기를 갖는 나라가 계속 생겨나면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들었어요. 70년 미국과 소련이 주도했습니다. 핵무기가 더 이상 퍼져선 곤란하다는 데 국제사회가 합의한 약속인 거죠. 67년을 기준으로 그때까지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핵실험에 성공한 위의 5개국만 핵무기를 가질 수 있고 나머지 나라는 앞으로 영원히 갖지 말도록 하자는 게 골자예요. 불평등한 현실을 인정하는 대신 5개국은 자신들도 핵무기를 점차 줄여 핵 전쟁의 가능성을 없애기로 했지요.

그리고 전력 생산 같은 평화적 목적에 핵을 이용할 경우 적극적으로 기술을 나눠주기로 했지요. 하지만 발전용 핵연료는 재처리하면 얼마든지 무기에 활용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NPT에 가입하면 18개월 내에 IAEA를 통해 엄밀한 관리.감독을 받도록 의무화했어요.

핵시설을 평화적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거지요. 핵물질의 양과 시설에 대한 정보를 IAEA에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이 정보를 갖고 IAEA는 현장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사찰(규정에 따랐는지를 조사) 활동을 합니다. 우리가 IAEA를 '핵 파수꾼'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3. IAEA의 활동을 좀더 설명해 주세요

크게 안전조치 활동과 사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핵을 사용하는 국가의 핵 시설 관리자가 IAEA에 낸 보고서를 검증하는 겁니다.

우라늄 등 핵물질을 사용할 때마다 어떤 물질을 사용했는지, 질량은 얼마나 변했는지 등이 보고됩니다. 검증은 주로 봉인이나 카메라 감시 등으로 이뤄집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문제가 된 것은 2000년 우라늄 235 0.2g을 만들면서 IAEA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우라늄 235는 많이 만들면 핵무기의 원료가 되거든요. 아주 민감한 물질이죠. 문제가 생기면 IAEA는 직접 현장에 와서 보고 검증을 합니다. 사찰이죠. 사찰에는 임시.일반.특별사찰이 있어요.

임시사찰은 앞으로 정기적인 사찰을 하기 위한 기반 작업입니다. 회원국이 보고한 핵물질.시설이 실제와 같은지 확인하는 거지요. 이를 위해 현장에 사찰요원을 파견, 원자로 운전기록을 점검합니다. 재처리 시설 같은 주요 핵시설에는 감시 카메라를 설치합니다.

일반사찰은 IAEA가 핵물질과 핵시설의 변동 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사찰입니다. 1년에 3~4차례 이뤄지죠.

특별사찰은 일종의 강제사찰이에요. 회원국이 거짓으로 핵물질 보유 현황을 보고했거나 신고하지 않은 의심스러운 핵시설이 발견될 경우 바로 특별사찰에 들어가요. 일반사찰을 할 때 미심쩍은 증거가 잡혀도 특별사찰에 들어갑니다. 우리나라가 이달 초와 앞으로 받을 사찰은 모두 특별사찰이라고 볼 수 있어요.

4. 사찰 결과가 나쁘면 어떻게 하죠?

사찰 결과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IAEA 사무총장은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는 유엔 안보리.총회와 모든 IAEA 회원국에 보고해야 해요. 유엔 안보리에서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하면 상임 이사국 5개국을 포함한 15개 회원국 가운데 9개국의 찬성을 얻어 제재 결의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국은 경제.군사적으로 제재를 받게 돼요. 아주 무시무시하죠. 우리나라의 핵 문제는 지난 2월 핵안전조치협정 추가의정서를 비준한 뒤부터 외부에 알려졌어요. 그동안 보고 의무가 없었던 핵 연구소의 활동이 보고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핵무기로 만들기에는 극소량이고 신속하게 자발적으로 신고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 사실을 몰랐다는 점에서 허술한 핵물질 관리체계 등이 문제가 됐습니다. 한국이 평화적 목적 이외의 다른 용도로 핵개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된 거죠.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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