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최초보고서 전달 놓고'옥신각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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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4.13 총선으로 4개월여 연기됐던 옷 로비사건 공판이 잇따라 열려 본격적인 '옷고름 풀기' 에 나섰다.

지난 14일 사건의 주역인 연정희.배정숙.정일순.이형자씨 등 네여인에 대한 위증사건의 첫 공판이 열린데 이어 24일에는 사직동팀 보고서를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를 받고 있는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과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대한 첫 재판이 있었다.

각각 감색 양복을 입고 이날 오후 2, 4시에 모습을 드러낸 金.朴피고인의 얼굴엔 모두 비장함이 감돌았다.

하지만 두사람의 법정 태도는 사뭇 달랐다. 金전총장측이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하면서 법적 판단을 받겠다고 나선 반면 朴전비서관은 "나는 편견과 선입견의 희생자다. 법정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 이라며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했다.

◇ 金태정〓金전총장은 사직동팀 최초보고서를 자신에게 전달한 사람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던 기존의 입장을 바꿔 주목을 끌었다.

그는 "전달자가 누군지 알고 있지만 영원히 비밀로 묻어두고 싶다" 며 "재판부에 죄송하지만 모든 비판은 내가 감수하겠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朴전비서관은 아니다" 고 강조, 朴전비서관을 보호하려 했다. 검찰은 金전총장이 신동아측에 전달한 최종보고서 외에 부인 연정희씨에게 보여준 최초 내사보고서의 출처를 朴전비서관으로 지목, 공소사실에 포함시킨 바 있다.

그는 또 "朴전비서관과 특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지 않았느냐" 는 검찰의 신문에 잠시 머뭇거리다 "사실은 섭섭한 감정이 많았었다" 고 답변했다.

검찰이 신문과정에서 金전총장에 대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춘 것을 의식한 듯 金전총장의 변호인측은 "모든 증거에 동의한다" 며 화답했다.

◇ 朴주선〓朴전비서관은 16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민의 심판을 받은 만큼 반드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입장이 역력했다.

그는 "최초보고서를 (金전총장 부부에게)건넨 사실이 없다" 며 "최종보고서를 제외하고는 어떤 보고서의 존재도 알지 못한다" 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연정희씨를 위해 보고서를 누락시켰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 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신동아측에 유출될 줄 알면서도 보고서를 金전총장 측에 준 게 아니냐" 는 검찰의 질문에 대해 "상식 이하의 질문" 이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 재판 전망〓앞으로 재판은 '사직동팀 최종보고서를 박시언(朴時彦)신동아그룹 부회장에게 전달한 과정이 범죄 행위가 되느냐' 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즉 보고서 자체가 공무상 기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적 문제와, 사전에 문건 전달의사가 있었느냐는 점 등이다. 따라서 이 부분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에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두사람의 재판 전략이 다른 점을 감안, "朴전비서관의 재판 진행상황을 봐가며 공판 일정을 조정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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