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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서 주문받은 신형 포탄, 6발째 시험하다 “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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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날 시험 사격한 포탄은 해외 수출을 위한 것이었다. 동남아의 한 국가로부터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ADD의 시험 사격은 수출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여기에 합격해야 수출할 수 있다. 그래서 시험 사격을 ‘수락 시험’이라고 한다. 사고 당시 ADD 연구원들은 시험 사격할 16발 가운데 5발을 이미 쏜 상태였다. 6발째를 사격하기 위해 포탄을 포신에 넣어 폐쇄기를 닫고 사격을 준비하던 중 폭발이 일어났다. 김영산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포탄 1만6000발을 추가로 생산해 16발에 대한 샘플링 시험을 하던 과정에서 폭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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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새로운 충격 신관의 비정상적 폭발로 보고 있다. 포탄은 작약(탄두를 파열시켜 적을 살상하는 화약)이 든 탄두와 신관, 추진 장약과 뇌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장약과 뇌관은 폭발해도 충격이 적다. 그러나 신관이 작동하면 탄두를 폭발시킨다. 포탄의 탄두는 막강한 폭발력을 갖고 있다. 강철로 만든 포신을 쪼갤 정도다. 그래서 신관이나 탄두는 웬만해서는 폭발하지 않도록 만든다. 이번 사고로 포신이 두동강 나고 6명의 사상자가 난 것은 신관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탄두가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군의 판단이다.

새 무기 체계의 성능 시험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난 경우는 흔치 않다. 1990년대 중반 K-9 자주포 개발 당시 뇌관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탄두가 폭발하면서 ADD 연구원 1명이 사망했다. 2007년 5월에는 한국형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이 사격 훈련을 하던 중 포탄이 포신 내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5인치 포의 포신이 깨져 새것으로 교체했다.

1977년 5월에는 북한의 AN-2기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하려던 벌컨포가 시험 도중 폭발한 사고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국산 벌컨포탄 시험 사격에서 기능 장애로 발사가 이뤄지지 않자 이를 살펴보기 위해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방위산업담당 이석표 비서관이 다가선 순간 폭발이 일어나 이 비서관이 숨졌다. 오원철 경제수석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각하, 전투는 계속됩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전진할 따름입니다”며 무기 개발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ADD가 한국 무기 체계 개발의 메카로서, 자주국방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런 노력 덕분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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