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LG 실내악 축제 20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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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LG아트센터 개관기념축제 중 관심을 모은 것이 지난 15일 막을 내린 'LG실내악축제 2000' 이다.

LG아트센터는 이를 간판 기획 프로그램으로 해 내년부터 매년 6월 실시하기로 했다. LG아트센터가 실내악 진흥을 내건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결과는 예상대로 비참했다.

간판은 즐비하지만 실속은 없는 국내 실내악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번 축제 역시 관객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국내 실내악단의 경우 실내악의 묘미를 즐기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청중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객석 2.3층을 폐쇄해야 할 정도로 썰렁했다.

1980년대 이후 실내악단 창단붐은 한낱 거품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내 실내악단들이 청중과 교감을 나누기보다 자기만족에 도취했고 언제부터인가 외국의 정상급 실내악단 내한공연도 자취를 감추었다.

지명도는 뒤쳐졌지만 성실한 연주와 참신한 레퍼토리를 선보인 상하이 4중주단(13일)을 제외하면 무대의 감동이 객석으로 전달되는 연주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협연자를 두 명이나 내세운데다 지난해 5월에 연주한 브리튼의 '프랑크 브리지 주제에 의한 변주곡' 을 포함시킨 11일 서울바로크합주단의 프로그램은 음악제의 기획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코리안솔로이스츠도 저음 파트가 풍요하지 못한데다 차이코프스키의 '피렌체의 추억' 에서는 거친 소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14일 크로노스 4중주단이 초연한 개관기념 헌정곡 '그림자 잡기' (작곡 장원국)는 장고.피리.대금.징 등 국악기를 곁들여 화려해 보였지만 내용면에서는 초라했다.

4개의 국악기가 엮은 우리 가락은 현악4중주 편성으로도 충분히 용해될 수 있는 군더더기였다.

그러나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씨를 음악감독으로 영입해 젊은 실내악팀을 위한 매스터클래스는 물론 데뷔 무대를 마련해 줌으로써 이번 축제가 국내 실내악계에 새바람 역할은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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