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개표상황…피말리는 밤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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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역전, 재역전, 그리고 환호 - .

14일 새벽까지 계속된 16대 총선 개표 결과 일부 지역에서 여야 후보 간에 엎치락 뒤치락 박빙의 접전이 펼쳐져 각 정당과 후보들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밤을 밝혔다.

자정까지 전국적으로 40여곳에서 당선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서울.경기의 20여곳에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져 해당 후보와 운동원들이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후보와 민주당 이승엽(李承燁)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인 서울 동작갑 선거구 개표소는 개표 시작부터 1백표차 안팎의 시소게임을 벌였다.

3~4개 투표함이 열릴 때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면서 양측이 촉각을 곤두세우자 선관위측은 공식 발표 이전에 방송사 집계요원들이 부정확한 집계 결과를 본사로 보내지 못하도록 했다.

○…한나라당 박명환(朴明煥)후보와 민주당 김윤태(金侖兌)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서울 마포갑 지역의 부재자 투표 개표과정에서 무효표 10개가 발견돼 개표작업이 20분간 지연됐다.

이날 오후 8시40분쯤 선관위가 마련한 기표봉보다 큰 원형이 찍히거나 볼펜으로 표시된 투표지 10개가 발견돼 마포구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모두 무효표로 처리했다.

○…서울지역에서 총선연대의 집중 낙선지역 두곳 중 하나인 강동을 선거구는 양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심재권(민주)후보가 김중위(한나라)후보에게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하자 희비가 엇갈렸다.

沈후보는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단체의 힘이 앞으로 정치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 이라고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반면 金후보측 한 관계자는 "원칙도 합리성도 없는 시민단체들의 불법적인 행동 때문에 다 이긴 선거를 망쳤다" 고 분노했다.

○…경기도 고양선거구의 각 개표장에서는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무효표가 적지 않게 나왔다.

그 중 대다수는 투표장에 비치됐던 기표 도장 대신 자신의 손도장이나 개인 도장으로 기표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일부러 모든 후보에 또는 모호한 위치에 기표해 무효처리시킨 '의도적' 무효표도 상당수여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광주시내 5개 개표장에는 지금까지의 선거 개표 때와는 달리 일반 관람인 10여명만이 자리를 지켜 다소 맥빠진 분위기였다.

무소속 후보의 강세로, 격전지로 꼽힌 광주 남구의 개표소인 방림초등학교 체육관에는 개표 시작 전 50여명의 후보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TV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대부분 빠져나갔다.

선관위 관계자는 "출구조사와 인터넷 생중계의 위력 때문인지 개표장에서 끝까지 지켜보는 일반인이 많이 줄었다" 고 말했다.

○…섬지역 투표소만 1백45개인 전남지역에선 선관위들이 신속한 개표를 위해 행정선과 민간 선박 32척을 동원해 투표함 회송작전을 폈다.

신안.진도.여수 등 도내 8개 시.군에 있는 도서지역 투표소의 투표함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속속 개표장소로 도착했다.

그러나 군(郡) 전체가 섬인 신안군의 경우 8개 항로에서 투표함 이송작전을 펼쳤지만 이날 오후 9시30분쯤에야 신안군청 회의실에서 개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전남 보성 - 화순에서 승리한 박주선(무소속)후보의 선거사무실은 당선을 축하하러 온 지지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가운데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밤새 끊이지 않았다.

朴후보는 MBC와 갤럽이 공동조사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완승 예상이 믿기 어려운 듯 쏟아지는 축하 꽃다발을 보며 "이거 받아도 되는 거여" 라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으나 오후 9시쯤 고향인 보성에서 몰표가 쏟아져 당선이 확실시되자 안심하기 시작했다.

○…전북 남원시 하정동 이강래(무소속)후보 사무실은 평소 "확실히 바꾸겠습니다" 라는 전화응대 멘트를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확실히 바꿨습니다" 로 바꿨다.

사무실의 선거운동원과 지역주민들은 개표 초기 불안한 표정이었으나 중반부터 계속 앞서나가자 박수를 치며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압승을 확신했다.

○…삼삼오오 모여 총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대구시민들은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며 한나라당 싹쓸이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회사원 문태우(46)씨는 "이제 호남사람 욕할 것 하나도 없다" 며 한층 골이 깊어진 지역정서를 우려했다.

총선기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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