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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2004] 미 대선은 정신장애인 손 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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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4일 콜로라도주 그린우드 빌리지에서 대선 유세 후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그린우드 빌리지 AP=연합]

2000년 미 대선 때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플로리다주에서 부재자 투표가 개표되기 전만 해도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202표를 앞섰다. 그러나 부재자 투표함이 열리는 순간 부시 후보가 537표를 더 얻어 판세가 뒤집혔다. 예상을 뒤엎고 부재자 투표가 당락을 결정한 것이다. 이번 선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 정신장애인=워싱턴 포스트는 14일 '정신장애인들의 투표가 미국 대통령을 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치매 등 각종 정신장애인은 약 450만명으로 전체 유권자 약 2억명 중 50명에 한명꼴이다. 얼핏 문제가 안 될 것 같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이라는 제도가 적용된다. 한 표라도 앞서는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한다. 때문에 정신장애인의 투표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특히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고 치매 환자도 45만5000명이 산다.

브라운대 연구원 브라이언 오트는 로드아일랜드주의 한 신경요양소에 있는 환자 100명을 상대로 2000년 투표 여부를 조사했다. 이들 중 60%가 투표했다. 다른 기관에서 펜실베이니아주의 요양원을 조사해 보니 64%가 투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인들의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50~60%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신장애인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셈이다. 우편 투표가 가능한 주에서는 간병인이나 가족이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의 투표를 막거나 대리투표를 없앨 방법이 마땅치 않다. 우선 중증 또는 경증으로 분류하는 게 쉽지 않다. 또 병을 앓는다고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면 헌법에 위반될 수도 있다.

◆ '51번째 주' 이스라엘을 챙겨라=해외에 살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들은 500만~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약 25만명이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거주한다. 이스라엘계 미국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등 대아랍권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4일 "51번째 주로 불려온 이스라엘이 미 대선의 주요 격전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부정 투표를 막아라=과거 우리나라의 '막걸리 선거'처럼 위스키 몇 잔에, 또는 약값이 필요해 부재자 투표 권리를 팔아버리는 선거 부정도 예상된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인디애나주 이스트 시카고 시장 선거 때 부재자 투표를 둘러싼 각종 비리가 만연했다며 재연 가능성을 우려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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