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리스찬 디오르의 베츠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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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화장품시장은 어느 업종보다 유행에 민감한 분야입니다. 따라서 품질 못지 않게 정보력과 시장 선도를 위한 마케팅 능력이 생존에 필수적인 요인입니다."

동아시아의 화장품 시장 및 유행 변화의 흐름을 살피기 위해 한국에 온 세계적인 화장품 메이커인 크리스찬 디오르의 번 베츠 회장(51)은 본사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 여성들의 화장 센스는 최고 수준" 이라고 말했다.

-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주요 백화점 매장 및 한국 지사의 경영 활동을 살펴보기 위해 방문했다. 한국에 이어 중국도 방문할 예정이다."

- 글로벌 기업의 기업 인수.합병(M&A)이 붐을 이루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도 예외는 아닐 듯 한데.

"화장품 분야 만큼은 예외적이다. 에스터 로더그룹과 로레알 그룹, 그리고 크리스찬 디오르 등 3개 그룹이 세계적으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들 3개사간 인수.합병은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

- 한국 화장품 메이커들도 기업 역사가 적지 않지만 아직 세계적인 브랜드를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한국 화장품을 사용해보지는 않았다. 다만 한국 백화점에 입점한 아모레 화장품 매장을 보면서 감각적인 면에서 한국메이커들이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화장품은 유행과의 시간 싸움이어서 '따라가는 마케팅' 보다는 시장을 선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오르의 경우 패션 제품들을 전문으로 한 이른바 '패션 하우스' 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회사여서 타 브랜드에 비해 항상 흐름을 앞서가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2000년도에 유행할 화장품 추세가 있다면.

"품목별로 다르겠지만 향수의 경우 가벼운 플로랄 향 계열이 유행을 타고 있으며 스킨 케어제품에서는 레티놀과 같은 기능성 화장품의 인기가 여전히 강세다. 메이크업은 계절별로 색상을 바꿔주는 '룩 ' 컨셉의 제품이 유행이다."

- 한국에선 백화점 매장에서만 제품을 파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도 있는 것 같다.

"백화점 매장은 회사가 추구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 전략과 부합하기 때문에 다른 판매 경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

- 한국에 대한 투자 계획은.

"한국은 이미 중요한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성장 여력도 크다. 아직 제품 생산과 연관된 투자계획은 구체적으로 없지만 마케팅 투자는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번 베츠 회장은 독일 태생으로 세계적인 생활용품회사인 P&G의 계열사 사장을 역임하다 1998년 12월 크리스찬 디오르의 CEO로 취임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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