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9,6 ㄱ,ㄴ 헷갈리는 난독증 원인도 헷갈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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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난독증. 지능은 정상이지만 글자를 읽거나 쓰는 데 어려움이 있는 증세를 말한다. '기역(ㄱ)'과 '니은(ㄴ)'을 거꾸로 읽기도 하고, '6'과 '9'를 헷갈리기도 한다. 미국인의 15%가 난독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어렸을 적 난독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2일자에 영어와 같은 표음문자를 쓰는 언어권과 중국어처럼 대표적인 표의문자를 쓰는 언어권에서 난독증의 생물학적 원인이 다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홍콩대의 탄 리하이 교수팀은 중국어와 영어를 각각 사용하는 아이들의 뇌 활동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통해 분석한 결과 장애를 일으키는 뇌 부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지금까지 난독증을 겪고있는 아이들의 뇌영상은 좌뇌의 측두정엽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언어권 별로 이상 부위에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중국어권의 난독증 환자가 7%에 불과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

탄 교수팀은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의 정보처리 과정에서의 차이에 비중을 뒀다. 탄 교수는 "영어와 같은 표음문자의 경우 소리를 통해 문자를 구분하고 의미를 해독하는 방식"이라며 "이에 반해 중국어의 한자는 한 글자에 의미가 담긴 표의문자이므로 시각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탄 교수는 "난독증이 하나의 유전적인 결함에 의한다기보다 다양한 경로에 의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언어권별로 난독증의 형태가 달리 나타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도 난독증을 겪는 인구가 12~14%에 이른다. 글자의 좌우나 상하를 바꿀 경우 똑같은 문자가 많고, 표음문자로 이뤄져 영어권과 비슷한 비율을 보인다.

난독증의 완치는 어렵다. 유전자의 이상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망막의 시신경 세포가 정상인보다 작거나 성숙하지 못해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뇌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증상을 얼렌 증후군으로 부른다. 난독증을 겪는 사람의 45%가 여기에 속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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