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안 낳는 사회] 2. '금동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 서울 강남에는 아이 옷 한벌에 50만원 하는 아동용 옷 전문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주로 프랑스나 영국 등에서 수입하는 이 옷은 비싸도 한 아이 자녀를 둔 주부들에게 인기다. 이에 앞서 300만원짜리 수입 유모차가 팔리기도 했다. 유아복 업체인 해피랜드의 이대웅 주임은 "한 아이 가정일수록 자녀에게 쓰는 돈이 더 많아 아동용품 업체들이 이를 겨냥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 주부인 김희정(34.서울 압구정동)씨는 7살짜리 딸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그는 "내가 버는 돈 150만원 정도가 전액 딸에게 들어가고, 남편 월급은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연아동상담연구소의 이도헌 박사는 "고학력 직장 주부일수록 아이를 적게 낳는 대신 그에 대한 지출이 많은 편"이라며 "이들은 직접 아이를 돌봐주지 못하는 대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추세에 따라 중국의 '소황제'같이 우리도 '금동이'가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자녀를 둔 기혼여성은 213만4188명(2000년 기준)에 이른다. 중국의 경우 1980년대 한 자녀만 낳도록 규제하자, 양가 4명의 조부모와 2명의 부모가 한 아이를 떠받들어 사회문제가 됐다. 아이에게 최고급품만을 사주지만 이들은 버릇없고 의지가 박약한 채 크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도 자녀 수가 적어지는 현상을 '소자화'라 부른다.

?금동이=국적불명의 각종 신조어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는 비싼 물건만 쓰는 아이를 '명품 베이비' 등으로 불렀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부모에게서 아낌없이 지원받는 외동아이라는 뜻으로 '금동이(금쪽같은 내 아이+외동이)'라 지칭했다. 예로부터 어른들은 매우 귀한 자식을 '금동이'라 부르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