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후지모리 3선길 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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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흘 앞으로 다가온 페루 대통령 선거전이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현 대통령이 무난히 3선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최초의 토착민 대통령에 도전하는 알레한드로 톨레도 후보의 지지율이 선거 막판에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는 9일의 1차 투표에서 후지모리가 과반수를 얻어 단번에 당선될 확률은 매우 낮다. 더구나 지지율 10% 이하인 나머지 두 야당 후보들은 결선투표까지 가는 상황이 되면 톨레도를 지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따라서 2차 투표까지 간다면 톨레도가 대 역전극에 성공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법적으로 여론조사 공표가 허용되는 선거 2주 전까지는 후지모리가 40% 전후의 지지를 얻어 톨레도를 1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선거전 초반 9%에 머물던 톨레도의 지지율은 불과 한달만에 30%로 뛰어올랐다. 게다가 선거 막바지에 불거진 관권 부정선거 시비로 후지모리의 지지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추세라면 후지모리로선 과반수는 커녕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다급해진 후지모리는 초등학교의 무료급식.모자보건보험 등 새로운 공약을 내걸며 '지난 두차례의 선거에서 자신에게 표를 몰아준 '저소득층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고 있다.

좌익 게릴라 소탕과 일본대사관 인질사건 해결과정에서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과 집권초기 8천%까지 치솟던 살인적 인플레를 잠재운 업적을 내세우는 것도 그의 득표전략이다.

이에 맞서는 톨레도는 사법.언론까지 장악하고 있는 후지모리의 독선을 "민주주의의 공백" 으로 규정하며 맹타하고 있다. 거기에다 "내가 당선되면 잉카의 자손으로선 첫 대통령이 되는 것" 이라며 혈통을 강조한다.

페루에서는 스페인군 점령 이후 5백년간 줄곧 백인들에 의한 지배가 이어져왔으며 90년 집권한 후지모리 현 대통령은 일본계 이민의 후손이다.

톨레도는 안데스 산간 빈농의 16명의 자녀 중 하나로 태어나 구두닦이 등 밑바닥 생활을 했고 천신만고끝에 미국 스탠퍼드대에 유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따낸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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