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챔프 기쁨도 잠시 집안 단속 급해진 포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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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시아를 제패한 포항 스틸러스가 우승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달 우승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는 올 시즌 포항이 설정한 최우선 목표였다. 샴페인을 터뜨린 뒤 마음을 다잡기는 쉽지 않았다. 포항은 지난달 29일 성남 일화와의 K-리그 챔피언십 플레이오프에서 뜻밖에 0-1로 패했다. 이제는 선수 이탈이 걱정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가는 곳마다 돌풍을 일으켰던 포항은 일본과 중앙아시아·중동에까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이들 지역으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특급 공격수 데닐손(브라질)과 수비수 김형일은 우즈베키스탄의 분요드코르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분요드코르는 포항이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물리친 팀이다. 왕년의 브라질 스타 히바우두가 뛰는 이 팀은 우즈베키스탄 거대 석유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히바우두의 연봉이 9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선수 영입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팀이다. 데닐손은 히바우두로부터 직접 연봉 150만 달러(약 18억원)를 제안받았다. 지금 연봉의 두 배 이상이다. 김형일의 조건도 연봉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노병준은 중동에서 주목하고 있다. 유호성 포항 홍보팀장은 “팀은 밝힐 수 없지만 아주 좋은 조건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붙잡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수비수 최효진은 일본행이 유력하다. 북한 대표팀 공격수 정대세가 뛰고 있는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영입에 적극적이다.

네 선수는 포항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내년 시즌 베스트 11 구성조차 어렵게 된다. 포항은 데닐손과 최효진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노병준은 잔류를 우선으로 하고 있으나 요구 수준을 맞춰주기 어려울 전망이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김형일은 ‘이적 불가’를 확실히 했다.

포항=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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