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통신 대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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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206 한국통신 본사. 지난 1일 밤 21층의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에 들어서자 '사이버 월드 리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얼마전만 해도 그 자리에는 '국제전화 001'이나 '국내 최대 전화회사'라는 캠페인 구호가 있었다. 기획조정실(18층).마케팅본부(14층).인터넷사업단(8층).테트워크본부(13층) 등 한국통신의 핵심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부서들은 요즘 인터넷사업전략을 짜느라 밤을 지샌다.

그 사령탑인 마케팅본부의 송영한 본부장은 "한통의 사활을 인터넷에 걸고 현재 조직과 인력을 인터넷 사업중심으로 재편하는 중" 이라고 설명했다.

김요동 인터넷사업단장도 "앞으로 인터넷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먼저 전국에 있는 2백86개 전화국을 단계적으로 '인터넷 고객센터' 로 단장해 나갈 것" 이라고 소개했다.

안내데스크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전화 관련업체 관계자들의 방문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인터넷 벤처업자들이 주로 찾아온다고 한다.

좀처럼 세상변화에 내색을 안했던 한국통신도 바야흐로 인터넷물결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시내.외, 국제전화 등 유선전화사업에 쏠렸던 핵심역량을 최근 인터넷 쪽으로 돌리고 있다.

투자에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온통 인터넷중심이다.

우선 올해 실천에 옮길 사업가운데는 ▶무료 인터넷 전화 도입▶PC통신망(014XY) 통합과 통신속도 향상▶미 로스앤젤레스에 인터넷데이터센터 설치 등 굵직한 것들이 꽤 있다.

여기다 KBS와 합작으로 인터넷방송사를 설립하고, 인터넷전용 국제통신망의 용량을 6배 이상 늘리는 통신망 확장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부터 공짜 인터넷 전화가 서비스된다.

다만 초기에는 유선전화 상품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에 친지들이 있는 사람부터 이용토록 하는 등 제한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최안용 기조실장은 "지난해 3천7백억원이었던 인터넷 사업 매출을 올해엔 1조4백억원으로 끌어올리고, 2004년에는 3조3천억원을 달성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모습은 도처에서 목격된다.

지난달 말 한통은 본사에서 이계철 사장을 비롯해 본사 임직원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품질 혁신운동(HEART-21)다짐대회' 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李사장은 "과거처럼 구호로만 외치는 다짐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해야 할 시기" 라며 "인터넷 서비스를 전화품질 이상으로 향상시키자" 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5월부터 설치약속을 제때에 못지키면 이용자에게 지연기간 중의 이용요금에 대해 30% 할인해 주기로 한 것.

김성락 미디어사업팀장은 "PC가 없는 가정과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늦어도 하반기에 TV를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 이라며 "인터넷 활성화 차원에서 접속장치인 셋톱박스를 저렴하게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 신규 사업계획을 밝혔다.

한편 서울 목동에 있는 뉴미디어위성방송팀의 60여명 직원들도 인터넷 위성방송 서비스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진홍 팀장은 "KBS 등 방송사는 물론 신문사와도 잇따라 전략적 제휴를 해 늦어도 10월부터는 인터넷방송을 제공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일선 전화국도 난리다.

김홍구 경기본부장은 "전화국장들이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고 전했다.

서울 영동전화국의 양봉기 국장도 "출근하자마자 밖으로 나가 초고속 인터넷의 가입자 유치에 나선다" 며 숨가쁘게 돌아가는 한통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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