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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들, 지방 시장 누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볼보트럭코리아의 직원 대부분은 요즘 지방에 내려가 있다.

지방의 채석장과 공사장, 화물 터미널을 돌아다니며 시승회를 갖거나 운전기사들을 직접 만나 볼보트럭을 알리는 로드쇼를 펼치고 있는 것.

이 회사의 패트릭 앤드랜씨는 "지난달 호남에서만 20대 이상의 트럭을 파는 성과를 거뒀다" 며 "앞으로 지방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지게차 메이커인 클라크머터리얼핸들링 코리아도 지난해 말 지게차 구입에서 정비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종합매장을 부산에 낸 데 이어 올해 광주와 대전 지역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 회사가 아시아에서 지방에 매장을 낸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외국계 기업과 경제단체들이 지방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교통.통신 등 기업활동에 편리한 수도권 주변에만 관심을 쏟던 외국기업들이 지방경제가 살아나고 지자체의 외국자본 유치 노력이 활발해지면서 지방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방 지점망을 확충하고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펼치는 외국기업의 선두 주자는 보험회사. 푸르덴셜.메트라이프.ING생명보험 등은 2000년을 지방 시장 공략의 원년(元年)으로 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푸르덴셜보험은 올들어 대구의 2개 지점을 비롯 울산.전주.광주 등 전국 5대 도시에 지점망을 갖췄고, ING생명도 지난 2월 광주에 지점을 낸 데 이어 다음달 대구에 지점을 낼 계획이다.

여성 보험설계사 위주로 전국의 38개 지점망을 갖춘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방 지점을 강화하기 위해 올들어 남성설계사(AR)들을 모집해 대전.광주.전주에 배치했다.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고객을 확보하기가 쉽고 시장점유율도 빨리 끌어올릴 수 있다" 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외국계 보험사의 안정성을 선호하는 지방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지방 판매망이 무너졌던 수입차 업체들도 지방 네트워크를 복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1997년까지만 해도 수입차의 60%를 지방에서 팔았으나 지난해에는 지방의 수입차 판매 비중이 44%로 떨어져 수도권 의존도가 너무 커진 상황.

BMW&로버 코리아는 지난달 중순부터 열흘동안 부산.대구.광주.인천 등을 돌며 '잠재 고객' 을 초청, 현지에서 골프 클리닉 행사와 함께 승용차 시승식을 펼쳤다.

BMW 관계자는 "지방 고객의 반응이 좋아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이벤트를 다시 열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지난해 말 청주.대전 등 충청권에 전시장을 개설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지방 대도시에 10개의 전시장을 추가로 열 방침이다.

이 회사는 수도권 고객에게만 적용돼온 24시간 출동서비스를 올해 안에 지방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한국 도요타자동차' 를 설립하면서 국내에 상륙한 도요타자동차는 수도권과 동시에 부산에도 딜러망을 구축했다.

물류 비용을 감안해 일본의 생산공장과 거리가 가까운 부산.경남지역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지난해 10월 대구.광주에 전시장을 개설한 볼보코리아도 6월까지 대전과 인천에 전시장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외국계 경제단체도 지방에 진출하고 있다.

주한EU상공회의소(EUCCK)는 98년 하반기에 외국계 경제단체론 처음으로 부산에 지소를 냈다.

영남 지역의 지자체와 유럽기업간 경제협력의 활성화를 노린 전초기지로, 최근 광양만 신항 개발에 유럽자본 참여를 타진했다.

주한EU상의 관계자는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럽 기업이 80개에 이른다" 며 "3월 한달 동안 영남지역 기업.지자체와 상담을 벌인 유럽회사도 10개를 넘어섰다" 고 밝혔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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