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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양대 노총, 경제 회복에 재 뿌리기로 작정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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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연말을 앞두고 노동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철도노조는 구조조정 반대 등을 이유로 이미 며칠 전부터 무기한 파업 중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조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에 관한 정부 방침에 반발해 연대 총파업을 선언했다. 한국 경제가 다소 회복됐다고 하지만, 언제 또다시 악몽 같은 경제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중대한 상황에서 노·사·정이 서로 각을 세우고 투쟁만 벌이니 신물 난다.

현안들이 워낙 복잡미묘하다 보니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 쪽의 요구는 대다수 국민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철도노조는 감원 계획 철회와 해고자 복직 등을 파업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노사 간 단체협약 대상이 아닐뿐더러 사측의 역량 밖에 있는 사안들이라는 점에서 정당한 파업으로 볼 수 없다. 총파업 선언을 한 양대 노총도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임자 임금 문제 등은 근로자들의 복리후생과 별 상관도 없는 일부 노조 간부들만의 이슈다. 그럼에도 두 노총은 여론에 귀를 막고 있으니 ‘노동 귀족들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딛고 일어선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는 귀중한 노하우를 터득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도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했다. “올해 0%대로 예상되는 한국의 성장률이 무역수지 개선 노력 등에 힘입어 내년에는 6%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무디스의 전망은 국제사회도 우리의 저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툭하면 총파업 식으로 노사관계가 악화된다면 경제는 곤두박질할 수 있다. 경제의 성장 견인차는 기업이며, 기업의 두 축 중 하나가 바로 노조이기 때문이다.

노조로선 ‘끝까지 버티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위기에 빠지면 노조도 비켜갈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피눈물 나는 고통을 겪은 것은 근로자들 아닌가. 철도노조는 국민에 불편만 안기고 국가 경쟁력까지 좀먹는 파업을 당장 거두어야 한다. 사흘간의 파업으로 이미 철도화물 운송량이 종전의 10%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 6월 화물연대 파업에 버금가는 물류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주일간의 파업으로 무려 72억 달러를 날린 악몽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두 노총도 총파업 계획을 접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경영계와 머리를 맞대는 대승적 자세를 갖추기 바란다. 현명한 노조라면 그것이 파이를 키우는 유일한 길임을 잘 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엊그제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 “공기업 노조 문제에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는 법과 원칙은 물론 글로벌스탠더드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대통령의 다짐이 공언(空言)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