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푸틴의 러시아] 中.푸틴의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자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는 그의 용병술(用兵術)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의해 전격적으로 총리에 발탁된 뒤에야 중앙 정치무대에 얼굴을 드러낸 푸틴으로서는 사실 독자적인 세력을 키울 시간이 없었다. 이번 대선도 그가 대(對)체첸전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조기에 사임해준 덕분에 별다른 조직적 선거운동도 없이 치를 수 있었다.

모스크바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나타난 푸틴의 인맥을 크게 다섯 부류로 나눈다.

첫째가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들이다. 푸틴은 총리에 임명되자 이들을 대거 발탁해 요직에 앉혀왔다.

드미트리 코자크 총리실장,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부총리, 빅토르 체르케소프 연방보안국(FSB)제1부국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선거대책본부위원장, 보리스 그리즐로프 단합당 원내당수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총리, 세르게이 스테파신 전 총리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스테파신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지사 선거에 나서려 했을 때 그를 주저앉히고 대신 마트비옌코를 내세웠던 것이라든지, 추바이스가 사장으로 있는 통합에너지시스템(EES)의 난맥상을 통렬히 비난한 푸틴의 행동으로 볼 때 특별히 개인적 친분도 없는 이들을 단지 지연(地緣)만으로 푸틴 인맥이라고 분류하기는 힘들다.

둘째 부류는 옛 국가안보위원회(KGB) 등 정보기관에서 푸틴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이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안보위원회 서기,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FSB국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옐친 전 대통령의 인맥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알렉산드르 볼로신 등 크렘린의 핵심 당료와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등 올리가르키(과두산업재벌) 일부를 말한다.

넷째론 일부 공산당내 개혁파와 애국주의적 세력을 들 수 있다. 여기엔 겐나디 셀레즈뇨프 하원의장,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총리 등이 포함된다.

다섯째 부류는 전문관료그룹이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제1부총리와 레오니드 레이먼 통신성 장관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만으론 거함 러시아호를 순항시키기에 부족하다. 이에 따라 강력한 중앙집권을 주창하는 푸틴도 지방의 맹주들과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총선 때 반(反)푸틴, 반 크렘린 노선을 견지했던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 계열과의 제휴설도 이때문에 나오고 있다. 실제로 푸틴은 대선 직전인 지난 23일 루슈코프 시장과 함께 새로 개통된 지하철역에 나타나 "모스크바는 위대한 시장이 존재하는 행운의 도시" 라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이밖에도 푸틴은 취임 때까지 더 많은 세력들과 제휴.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유력 시사주간지 '블라스티' 의 레오니드 베레스는 "푸틴의 인맥은 아직 없다. 이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고 말했다.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