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러 김일 25일 은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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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가 링에 오르면 누구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어두웠던 시절 그의 박치기는 모든 사람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줬다.

'박치기' 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레슬러 김일(金一.71) 선수가 데뷔 41년만에 공식 은퇴식을 갖고 링에서 물러난다.

장소 섭외문제로 두차례나 연기되는 진통 끝에 25일 오후 4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은퇴식에는 인기가수들의 축하공연과 후계자 이왕표의 세계타이틀 매치가 벌어진다.

특히 金선수는 이날 은퇴식에서 문화관광부로부터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는다. 金씨는 현재 서울 상계동의 한 병원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다. 운동 후유증에다 고혈압.노환까지 겹쳐 입.퇴원을 반복하며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형편.

1959년 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역도산의 문하생으로 입문한 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박치기왕' 으로 이름을 날렸던 金씨는 일본에서 외롭게 투병하다 지난 94년 귀국했다.

95년 4월에는 일본 도쿄(東京)돔에서 6만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은퇴식을 가졌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은퇴식 한번 변변히 갖지 못해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는 게 가족들의 설명이다.

이번 은퇴식은 金씨가 국내 은퇴식도 못한 채 병마와 싸우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인사들이 지난해말 '김일 은퇴식 추진본부' 를 구성한 끝에 뒤늦게 성사됐다.

추진본부 관계자는 "프로레슬링계의 거목인 김일 선수의 은퇴식은 때늦은 감이 있다" 면서 "金선수도 감회가 깊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고 밝혔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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