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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홍수에 오토바이산업 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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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경남 창원의 오토바이 생산업체인 대림자동차공업 공장의 생산라인이 멈춰 있다. 노조는 9일부터 파업 중이다. [창원=송봉근 기자]

경남 창원의 오토바이 생산업체인 대림자동차공업 공장의 생산라인이 멈춰 있다. 노조는 9일부터 파업 중이다. [창원=송봉근 기자]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동 대림자동차공업. 국산 오토바이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이 업체 정문에서는 현재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회사 내 빈터 곳곳에는 50~250cc 오토바이들이 비닐에 덮여 있다. 이 회사 사업구조개선팀의 소중섭 차장은 “올 들어 재고가 급증해 현재 6500여 대나 된다”고 말했다. 공장의 생산라인은 이미 멈춰 서 있다. 한때 60초에 한 대씩 오토바이를 생산하던 공장이다. 일부 부품 라인에만 근로자 몇 명이 일하고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정현수(40)씨는 “생산된 오토바이의 불량 여부만을 점검, 재조립하고 있다”며 “정부가 자전거·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산업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산 오토바이 시장을 양분하는 S&T모터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출고 대기장엔 오토바이 1000여 대가 가득했다. 이 회사는 연간 5만 대의 오토바이를 생산할 수 있으나 올해 2만5000대만 생산할 예정이다. 남아 도는 생산 인력은 3개 조(전체 200여 명)로 나눠 이달부터 3개월씩 무급휴직을 하기로 했다.

국내 오토바이 산업이 위기다. 고가 레저용 오토바이 시장 진출 기회를 놓친 데다 저가 중국산 공세로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토바이 내수 판매는 1995년 30만8000대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내수 판매는 반 토막이 났다. 더구나 중국·대만산까지 쏟아졌다. 생계용으로 주로 사던 자영업자들이 값싼 중국산을 선호했다. 현재 내수 시장 규모는 15만~20만 대로 추산된다.

◆국산이 홀대받는 이유는=바이커즈랩 강봉석 편집장은 “2000년 이후 레저용 오토바이 시장이 커졌지만 국내 업체들은 이에 맞는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며 “근시안적으로 배달용 오토바이에 주력했던 것이 패착”이라고 분석한다. 1000만원이 넘는 고가 레저용 오토바이는 수입업체가 독차지하면서 국산은 설 땅이 없어진 것이다. 이후 국내 업체들은 생계용 오토바이에만 집중했다. S&T모터스는 뒤늦게 레저용 오토바이를 내놨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수입 오토바이의 국내 시장 점유는 상대적으로 늘었다. 2003년 점유율 10%에서 지난해에는 30%를 넘어섰다. 외국산 중 중국·대만제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수출도 어려워졌다. 중국산 저가 오토바이가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에 대량 유입돼 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진 때문이다. 대림자동차공업의 오토바이 수출물량이 99년 11만6146대에서 지난해 1만7845대로 10년 새 84.6%나 떨어졌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진출 등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찌감치 동남아에 공장을 세우는 현지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업체와 비교된다.

◆사용신고 의무제 논란=업계는 2010년과 2011년 도입하기로 한 50㏄ 미만 오토바이의 사용신고 의무제와 운전 면허제 유예를 건의하고 있다. 오토바이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취득·등록세 감면 혜택과 장애인 보조금 지급 등을 바라고 있다.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주행 도입, 전기오토바이 개발·생산비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창원=황선윤 기자, 김태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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