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태권도계 대부 고국 대학 강단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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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무하마드 알리와 리샤오룽(李小龍)의 스승으로 유명한 미국 태권도계의 대부 이준구(72) 사범(태권도 10단)이 고국의 대학 강단에 선다.

이 사범은 최근 경남 양산시 영산대의 석좌교수로 임용돼 15일부터 학생들을 가르친다. 대학 관계자는 "이 사범은 평생토록 태권도를 무술(武術)이 아니라 무도(武道)로서 추구해온 분"이라며 "앞으로 연간 5~6차례 강단에 올라 생활스포츠학부(태권도 전공) 학생들에게 자신의 태권도 철학을 전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 출신인 이 사범은 1956년 도미한 이래 지금까지 300여명의 미국 상.하원의원에게 태권도를 가르쳤고,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 체육.교육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의 제청으로 86년 미국에서 '스승의 날'이 제정됐고, 지난해엔 매년 6월 28일이 '준 리(이 사범의 미국 이름)의 날'로 선포될 정도로 미국 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지금도 버지니아주에 살면서 의원들에게 주 3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일전엔 역대 미국 이민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200명 중 한명으로 뽑힌 바 있다.

이 사범은 영산대 석좌교수가 된 것을 계기로 태권도의 국제화에도 더욱 힘쓸 계획이다. 이달 말 영산대가 독일 태권도협회 및 영국 태권도협회와 체결할 예정인'태권도 연수생 교환협정'을 시작으로 태권도의 유럽 진출에 힘을 보태게 되며, 기장군에 세계 태권도공원을 유치하는 데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 사범은 미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130여곳의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 지도자들의 교류협력단체인'국제10021클럽'(100년의 지혜가 깃든 21세의 젊음을 의미)의 총재도 맡고 있는 등 70세를 넘긴 나이에도 아랑곳없이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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