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21세기 한·미 전략동맹 청사진 작성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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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제 남은 과제는 과연 한·미 간의 미래 동맹비전이 추구하는 ‘21세기 전략동맹’의 얼개를 어떻게 그릴 것이냐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익을 전제로 할 때 큰 틀에서 보면 세 가지 주요 현안이 떠오른다. 우선 발효된 지 55년이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에 관한 것이다. ‘공동 비전’이 상징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한국이 한국 방위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미국은 지원자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무엇보다 조약의 불평등성이나 종속성부터 고쳐야 한다고 본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방위조약 4조다. 사실상 미국이 한국 영토에 자국군을 주둔시키는 권리(駐兵權)만을 규정했기 때문이다. 주권국가인 한국의 주체적 결정권을 무색하게 하는 이 조항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1960년에 체결된 미·일신안보조약은 이런 점을 보완했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헌법적 절차에 따라 (미국이) 지원한다”고 교과서적으로 되어 있는 제3조도 나토식(Formula)인 “즉각적인 군사지원”으로 바꿔야 한다. 이는 북한·중국 간의 동맹조약인 조·중상호원조조약의 내용(“지체 없이 군사적 지원을 한다”)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당하다.

‘전략적 유연성’도 현안 중의 하나다. 이는 미국의 글로벌 방위태세재편(GPR)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을 신속기동대응군 형태로 분쟁지역에 투입함으로써 작전 범위를 유연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우려되는 것은 양안 사태 유사시에 한국이 발진기지 역할로 해외 분쟁에 휘말리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다고 할 수 없으나 안보라는 것은 0.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 같은 것은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한다지만 우리로서는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피하는 것이 상지상책인 것이다.

해결 방안은 1960년 1월 ‘분쟁지역 개입 자제’를 밝힌 아이젠하워-기시 공동성명 같은 방식을 따르거나, 미·일안보조약 부속 교환공문 형식으로 사전협의체제(consultation arrangements)를 도입해 사전 협의가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해 놓는 것이다. 물론 2006년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한국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주한미군을 분쟁지역에 파병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나, 정상급 수준에서의 공약이 바람직함은 물론이다.

세 번째 현안은 북·미관계 진전에 따른 유엔군사령부 위상이다.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북·미관계 정상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거론하고 있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될 경우 유엔군후방사령부(UNRC)를 통한 일본의 주일미군 지원 중단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지, 군사분계선(MDL)은 여하히 중립적으로 관리할지 등이 핵심과제가 된다. 평화협정이 산고 끝에 나온다고 해도 역내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럽에서와 같은 다자협력안보체제가 아태지역에서도 조성돼야 함은 물론이다.

김경수 명지대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