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사절 나선 대학교수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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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기계공학이라면 남학생들의 전공으로 느껴지는데 여학생도 가능할까요. "

"당연하죠. 기계 공학도 초경량화.첨단화하고 있어 힘을 쓰는 일은 거의 없어요. 직접 도전해 보시죠. "

11일 오후 3시 연세대 공학관 대강당. 공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진로 설정 안내서 '첫 눈에 반한 공과대학' (김영사)을 지난달에 펴낸 연세대 공대 교수들이 이번엔 저자 특강을 열어 학생들과 만났다.

이날 참석한 교수들은 김수일(토목공학)공과대 학장을 비롯, 양현석(기계공학).강성호(전기공학)교수 등 10여 명. 특강에 모여든 1백50여 명의 고교생과 학부모, 학부제여서 아직 전공을 정하지 못한 대학생들과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특히 시청각 자료까지 준비한 황정호(기계공학)교수는 "교수 생활 8년에 오늘처럼 떨리는 강의는 처음" 이라고 말할 정도. ' 18.25일 같은 장소에서 두 차례의 만남이 더 남아있어 필자로 참여한 45명의 교수들이 거의 다 나오게 된다.

김형진(도시공학)교수는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쓴 책인지라 필자들이 왜 공과대학을 선택했는지, 전공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솔직하게 적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책으로만 만족할 수 없어 얼굴을 대면하기로 했죠. 공학에 대한 정보를 줌으로써 좋은 학생들을 길러내고 싶은 교수들의 희망이 담겨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이 저자 특강은 주말이면 대학에서 열리는 흔한 행사 중 하나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최근 교수 사회의 변화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다. 제 발로 찾아드는 학생을 맞기만 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책을 통해, 그것도 모자라 직접 학생들을 찾아 나선 교수들의 의식변화를 실감케 하는 것. '그것도 학교가 주최하는 행사에 마지못해 참석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기획하여 일판을 벌인다.

연대 공대 교수들만이 아니다. 문정인(정치학).윤영철(신문방송학)교수 등 연대 사회과학대 교수 31명도 올해 초 '사회과학의 이해-전공선택의 길잡이' (연세대 출판부)을 펴냈다.

고려대 역시 대학 계간지 'OKU' 에 현택수(사회학).송하춘(국문학)교수 등을 앞세워 입시생들을 향한 각종 정보 제공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 학생들에게 전공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학문의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 관심을 갖게 하려는 것. '막연한 어려움' 에서 벗어나 가깝게 다가서자는 '눈높이 지도' 다.

'사회과학의 이해' 에서는 정치.행정.신문방송.사회복지.사회.심리 등 5개 분야의 교수들이 나서 일기를 쓰듯, 강의를 하듯 전공을 설명하고 있다.

이기택(정치학)교수는 "당연히 교수가 학생에게 먼저 다가가야죠. 사회과학의 이해는 그런 동료 교수들의 마음이 모아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고려대의 경우 'OKU' 를 통한 교수들의 학생 파고들기가 돋보인다. OKU는 지난해 겨울호로 창간한 계간 입시홍보지. 그러나 단순 입시홍보가 아니라 고교생들이 원하는 주제를 알기 쉽게 포장해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서 선봉장으로 나선 것이 교수들. 전공별로 장기를 살려 예비 입학생들의 호감을 끌어내고 있다.

이번 봄호에는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송하춘 교수가 '논술특강' 을, 비판적 글쓰기로 명성을 얻고 있는 현택수 교수가 '신간 서평' 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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