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재난 2題] 식수부족…매일 5천명 가뭄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구촌 인구의 절반이 식수 부족을 겪고 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식수난에 처한 인구 중 10억명 가량은 깨끗한 물을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며, 각국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세계의 모든 인구가 25년내에 식수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유엔의 지원을 받아 세계수자원위원회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7일부터 6일간 열리는 '21세기를 위한 수자원 포럼' 에 제출된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물 부족이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물부족 사태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로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수자원 전문가들은 특히 물은 대체재나 보완재가 전혀 없어 물파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유엔 수자원 전문가 브라이언 애플레턴은 "세계에서 하루 5천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물 부족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물 부족으로 인한 어린이들의 사망은 승객을 가득 태운 대형 여객기 12대가 매일 추락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라고 비유했다.

만약 여객기 사고가 일어난다면 떠들썩했을 지구촌이 물 부족에 대해선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보고서가 지적하는 물 부족의 원인은 ▶사용 가능한 청정수가 전체 수자원의 0.007%에 불과하고▶인구증가 및 경제개발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물 소비량이 급증하는 추세인데다▶산림 파괴에 따라 수원(水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의 수자원 관리 책임자와 정치 지도자들이 참석할 21세기 수자원 포럼에선 수자원 보호를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국제 행동강령을 채택할 예정이다.

물 공급을 민간 사업자에게 맡겨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수자원 보호를 위한 끊임없는 기술개발 촉구 등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매년 1천8백억달러 이상의 수자원 보존 기금을 마련하고 각국 정부가 나서 수자원 사용을 규제하는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이밖에 국가별로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생활용수를 절약하고, 산업체의 수자원 사용을 최소화하는 내용의 법을 제정토록 하는 방안도 연구할 계획이다.

유엔은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국 정부가 수자원 확보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증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서두르지 않으면 대책 마련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도나 에티오피아 같은 국가는 유엔의 경고를 받아들인 결과 수자원 상황이 크게 개선됐으며, 25년 후 웬만한 선진국보다 물 공급이 더 원만할 것이란 예측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