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질주…'시간이 돈' 퀵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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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늘은 땡 잡았죠. 한번에 세 건이나 찍었거든요. " 9일 오전 10시50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퀵서비스' (오토바이 택배) 배달원 崔모(32)씨.

그가 첫 배달 통보를 받은 곳은 강서구 공항동. 남대문시장까지 1시간 안에 찍어(배달해)달라는 것이었다. 崔씨는 오토바이 통행이 금지된 노들길을 시속 1백20㎞로 질주했다. 같은 방향인 여의도와 마포에도 들러 일감을 챙겼다.

'시간이 돈' 인 만큼 신호는 대강 무시하고 끼어들기를 했다. 공항동을 출발, 3곳을 들러 그가 남대문시장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0분. 崔씨는 "시속 1백50㎞ 이상으로 달릴 때도 있다" 고 털어놨다.

서울 도심에서 브레이크 풀린 퀵서비스 오토바이들이 '죽음의 질주' 를 하고 있다. 1월중 서울에서 2명의 배달원이 사망(경찰청 집계)했다.

9일 서울시와 이륜차특송협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내 퀵서비스 업체수는 6백여개로 오토바이수만 1만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배달료 출혈경쟁이 사고를 부른다. 하지만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오토바이 택배에 대한 규정이나 보험가입 약관 등이 전혀 없다.

퀵서비스㈜ 이성주(李星柱.37)씨는 "2백여명의 배달원 중 매달 10여명이 병원 신세를 진다" 고 말했다. 게다가 무보험 오토바이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거나 물건을 분실.훼손해도 시민들은 보상받을 길이 막막한 실정.

회사원 柳모(31)씨의 경우 지난 1월 미국 출장 때 캠코더로 찍은 현지 레저시설 현황 테이프를 50만원을 들여 편집, 오토바이 택배로 거래처에 보냈는데 배달원이 분실했다.

업체측은 '나몰라라' 했고 柳씨는 배달원과 1주일간 승강이를 벌여 겨우 25만원을 받아냈다.

소비자보호원에는 올들어 41건의 택배민원이 제기됐다.

이륜차특송협회 최병연(崔炳然)부회장은 "사업체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보상책임 등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을 둬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퀵서비스를 제도화하기 위해 현재 건교부와 화물운수사업법에 준하는 법령마련을 협의 중" 이라고 말했다.

양영유.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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