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교사가 매달 110만원 장학금-청주 상당고 퇴직 최광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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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충북 청주의 상당고교. 이 학교 행정실 명의의 은행통장에는 매달 28일이면 어김없이 1백10만원의 '아름다운' 장학금이 입금된다.

1998년 2월부터다. 지난 2월까지의 송금 총액은 2천7백50만원에 이른다. 풍족한 형편의 사람이라도 흔쾌히 내놓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돈을 보낸 사람은 98년 2월까지 이 학교 영어교사였다가 34년간의 교직생활을 접고 명예퇴직한 최광수(崔光秀.60.청주시 상당구 탑동.사진)씨. 그가 장학금을 보내기로 한 것은 명퇴로 못다한 제자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崔씨는 이 돈을 자신의 퇴직금 이자로 마련해 왔다. 그러나 요즘은 금리가 낮아져 형의 달팽이 농장 일을 거들며 받은 돈을 보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崔씨가 보낸 돈을 '광수 장학금' 으로 이름붙여 98년 8명.지난해 16명 등 24명의 불우학생에게 전달했다. 한명당 1년치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약 1백5만원)이 돌아갔다. 또 올 2월 제1회 졸업식 때는 성적우수 학생 4명에게 1백만원씩 지급했다.

崔씨가 이 학교에 근무한 것은 개교(97년)첫해 1년간. 그러나 그의 제자사랑은 남달랐다는 것이 동료 교사들의 말이다. 영어동아리를 만들어 팝송을 지도하기도 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崔씨는 "적어도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은 없어야 한다" 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崔씨는 부인(54)과 함께 단둘이 살고 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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