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카운셀러' 이색 사주, 관상 전문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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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입학과 취업 시즌을 맞아 관상이나 사주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모 대학 인근에는 사주카페만 20여곳이 넘는다. 관상이나 사주를 보는 사람들 중에는 뜻밖의 사람들도 꽤 있다. 여기 그런 두사람의 사례를 소개한다.

◆"의사가 관상 건강 진단을 받으러 와요"

호프집 사장 이정효(41.남)씨

“안색을 보니 뇌에 문제가 있어요. 종양일 수도 있으니 빨리 검사 받아 봐요”

아주대학병원의 방사선사 이모씨(43.남)는 회식을 하러 병원 근처에 단골 호프집에 들렀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호프집 사장 이정효(41.남)씨가 단골손님들의 관상과 손금을 취미 삼아 봐주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병원을 직장으로 삼고 있는 자신이 호프집에서 별안간 “뇌종양 진단”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얼떨결에 ‘관상 진단’을 받고 난 다음 날, 방사선사 이씨는 왠지 찜찜한 기분에 장난 삼아 ‘뇌 CT 촬영’을 해봤다. 그런데 실제로 초기 단계의 종양이 발견됐다. 이씨로서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뻔 한 일이어서 가슴을 쓸어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이정효 사장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이 사연은 곧 입 소문을 타면서 이정효씨가 운영하는 호프집은 언제부턴가 술을 마시는 손님보다는 손금과 관상을 보러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대학병원에 근접해 있는 위치적 특성 상 단골손님의 대부분이 병원 관계자들이었던 관계로 나중에는 의사가 이씨에게 ‘관상 건강 진단’을 받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진단을 받은 이들의 대부분은 “관상만으로 뇌종양, 대장암 등 위험 질병의 초기 진단을 척척해 내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씨가 관상, 손금에 일가견을 가진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이씨는 "과거에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는데 사기꾼의 얼굴을 몰라본 게 한이었다"며 "그 뒤로 15년 간 관상, 손금을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원래 무료로 관상을 봐주곤 했는데 무료다 보니 관상을 봐줘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100여명 이상의 손님이 몰리자, 얼마 전부턴 1, 2만원 정도의 상담료를 받기 시작했다"면서 "현재 상담료의 일부분을 아주대학병원에 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씨를 찾는다는 단골손님 김은하(25.학생)씨는 "시험, 취업의 합격 여부를 가차없이 예스, 노로 답해주는 게 이곳의 매력"이라며 “한 번은 이곳에서 취업 스터디 멤버들과 함께 취업 여부를 물어봤는데 ‘올해 안에 붙는다’,’내년 상반기에 붙는다’는 식으로 취업 시기를 정확하게 집어줬다”고 말했다. 사주를 보러 가면 웬만해선 좋게 말해주는 게 일반적인데 이씨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래서 처음엔 반신반의하지만 1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씨가 해준 말이 대부분 맞아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남자친구는 물론 직장상사, 친구 등 사진만 있으면 궁합도 봐준다. 때문에 연말이 되면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하나’, ‘결혼해도 될까’를 물어오는 20대 여성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이씨는 소개했다.

적성, 시험 합격과 취업, 결혼 시기 등을 손금을 보고도 알 수 있다는 이씨는 "일전에 어떤 분의 진로를 바꾸는데 도움을 준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감사편지가 온 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를 만나러 거제도에서 올라오신 분이어서 더 감동했다"고 말했다. 당시 찾아온 손님의 직업은 간호사, ‘외국어로 전공을 바꿔서 유학을 가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본인 손금을 봤을 땐 언어가 적성에 맞다”는 답을 했었다. 이렇듯 이씨 때문에 제 2의 인생을 찾았단 손님의 감사편지가 꽤 많다고 한다.

이씨는 그러나 "손금과 관상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어떤 걸 성취하고자 하는 자신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031-212-2848)

◆“CEO들이 즐겨 찾는 인텔리 사주가 ‘김교수’”

사주 전문가 김준희(48.여)씨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옥수동 김 교수를 찾아가 보라'

기업 대표들이 즐겨 찾는다는 인텔리 사주 전문가 김준희(48.여)씨는 실제로 모 대학 신문방송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 교수는 “사주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자신을 이해하면 남을 이해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생겨 인간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업도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일인만큼 ‘계약 성사 여부’와 ‘파트너 결정’을 사주로 알아보려는 기업 대표들이 김 교수를 많이 찾는다. 대기업이나 IT쪽 CEO, 건설업체 대표들이 김 교수의 주 고객인데 그 수가 70, 80명에 이른다. 이밖에 결혼을 앞두고 궁합을 보러 오는 여성들도 많다. 이 때, PR 전공 교수답게 상대방의 눈 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사주를 풀이하는 것이 김 교수만의 특징. 계산이나 수치에 민감한 기업인 고객일 경우 의뢰한 사업 파트너와 고객의 궁합을 ‘100점 만점에 80점’, 이런 식으로 수치화 시켜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교수는 “할머니, 아가씨 등 찾아온 고객의 연령, 성별에 따라 말투나 표현을 융통성 있게 하는 편”이라면서 “대학강단에서 매번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다 보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일에 능숙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인 그가 사주 상담소를 차리게 된 이유는 ‘인간관계로 인한 사람들에 고민을 풀어주고 싶어서'다. 평소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았던 김 교수는 이를 깨닫기 위해 13년 전부터 명리학을 공부해왔다. 명리학자 박용성(74.남) 선생의 제자로 2년 간 수련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사주를 보면 자기자신에 대한 얘기만 전해 듣게 되는 게 보통인데, 김교수의 사주 보는 법은 좀 특별하다. 김 교수는 “본인 사주만으로 위로 3대, 아래로 3대, 그리고 남편, 애인, 부모, 자식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며 “사주는 그야말로 가족사진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두 여자분이 각각 다른 시간에 날 찾아왔었는데 한 명은 할머니, 나머지 한 명은 젊은 여자였다. 그런데 사주를 보니 할머니의 아들 사주는 ‘바람둥이’였고, 그 젊은 여자의 연애운에는 ‘유부남과의 사랑’이 들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때 찾아온 할머니의 결혼한 아들과 사랑에 빠진 거였다”며 사주 풀이를 하면서 씁쓸했던 경험을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항상 사주가 이미 찍힌 사진처럼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 교수는 “골프 코스는 정해져 있지만 그 안에서 공을 치는 방법은 달리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태어난 이상 ‘인생 코스’는 정해졌지만 타수를 줄이는 골프처럼 좀 더 전략적이고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사주 풀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말을 듣고 보니 ‘모든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한 편 김 교수는 좀 더 발을 넓혀 미국에서 현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명리학 상담’을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02-2296-7620)

김포그니 조인스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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