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교수, 피아노 협주곡 전곡 하루동안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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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하루 만에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까지 전곡을 듣는다.

지난해 서울시향과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전곡연주에 도전했던 피아니스트 김대진(38.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가 서울예고 동기 동창생인 장윤성(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이 지휘하는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주곡 전곡 연주에 두번째로 도전장을 낸다.

오는 4월 2일 오후 3시, 7시 2회에 걸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회가 바로 그 무대. 협주곡(concerto)의 어원은 콘체르타레다. 라틴어로는 '경쟁하다' 라는 뜻이지만 이탈리아어로는 화합.협동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비발디의 합주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와 독주악기가 같은 목표를 지향하지만 모차르트의 협주곡에서는 독주 악기의 '발언권' 이 강해진다. 협주곡은 갈등을 감싸안으면서 하모니를 빚어내는 음악이다.

오후 3시 공연에 제1번 C장조(작품 15), 제2번 Bb장조(작품 19), 제4번 G장조(작품 58)를 연주하고 오후 7시 공연에는 제3번 c단조(작품 37), 제5번 Eb장조 '황제' (작품 73)를 연주한다.

1부가 끝나면 콘서트홀 로비에서 30분간 베토벤의 실내악곡을 들려주는 무료 이벤트도 있다.

이번 '베토벤 프로젝트' 는 모차르트 전문가로 알려진 김씨가 최근 쇼팽 등 레퍼토리의 폭을 넓혀가는 시도 가운데 하나. 제5번 '황제' 와 제1번, 제3번은 몇 차례 연주한 적이 있으나 제2번, 제4번은 이번 무대가 첫 연주다.

1998년부터 베토벤 협주곡 전곡 연주를 구상해 왔다는 김씨는 "제4번이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에게 모두 난곡이어서 자주 연주되지 않지만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농밀한 대화가 일품" 이라며 "깊이가 있고 숭고한 작품" 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작품 번호순으로 연주하지 않고 굳이 1부의 마지막 곡으로 제4번을 택한 것도 그 때문. "역시 대곡인 제5번과 연결해 연주하기에는 비중이 크다" 고 말한다.

"하루에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이지만 개인에게 이틀 연속 대관할 수 없다는 예술의전당 규정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주말을 택해 전곡을 연주하게 됐어요. "

제4번은 베토벤이 그의 후원자 겸 제자인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한 곡. 프란츠 리스트는 2악장을 가리켜 '야수(오케스트라)를 길들이는 오르페오(피아노)' 라고 말했다.

가장 유명한 제5번은 당시까지만 해도 협주곡으로는 가장 길었다. '황제' 라는 부제는 베토벤이 붙인 게 아니다.

웅대한 악상때문에 후세의 출판업자가 붙인 제목이다. 2, 3악장을 쉬지 않고 연결해 연주하는 게 특징이다.

독주 악기와 관현악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대화 못지 않게 협주곡을 듣는 재미는 카덴차에 있다.

카덴차는 1악장의 마지막에서 독주 피아노가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부분. 베토벤의 협주곡은 카덴차의 한 음까지 작품의 완성도와 직결되므로 대부분 베토벤이 남겨 놓은 카덴차를 사용한다.

02-714-5305.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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