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합집산 정국읽기] 4. 시민운동도 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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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지막으로, 격동하는 정치권에 대응하는 시민운동을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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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4.끝]

또는 Cyber중앙 (http://www.joins.com)의 '쟁점.기획.시리즈' 가운데 '이합집산 정국읽기' 게시판 (http://bbs2.joins.com/servlet/ViewList?ID=kms_02)을 이용하기 바란다.

[발제 4.끝]

한때 뜨거웠던 낙선.낙천운동의 열기가 다소 수그러든 듯 보인다. 무엇보다 시민운동이 실제로 정치과정에 개입할 적절한 수단이 없어 공천과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을 '밖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음모론' 과 '유착설' 을 앞세워 시민운동의 정당성을 폄하하고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킨 정치권의 공세적 방어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정치개혁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시민운동이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성 정치권의 저항을 뚫고 국회의원 수를 10% 가까이 줄인데서 볼 수 있듯 이제 시민사회의 힘은 정치사회를 변모시킬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따지고 보면 기존 정치권 구조의 '균열' 도 낙천.낙선운동을 계기로 일어난 사건이다. 그동안 권위주의적 정치권이 시민사회를 억압.배제하면서 권력을 '사적으로' 행사해 왔던 사실에 비춰보면 매우 뜻깊은 변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의 압력이 정치권을 균열시키는 방식은 정치권 내부의 구조와 역학에 의해 결정된다. '텃밭' 이니 '맹주' 니 하는 표현에서 보듯 우리 정당들은 지역주의에 바탕을 둔 '두령-패거리' 구조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또 이 구조는 시민사회에서 오는 모든 압력을 왜곡하고 굴절시킨다. 시민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의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차기' 지도자들조차 '근거지' 에 가서 자신을 '키워달라' 고 애원하는 행태는 그 구조의 완강함을 보여준다.

최근 밀실공천 철회를 위한 공천무효소송 원고를 모집하기 위한 총선연대의 거리집회나 밤샘농성이 국민의 시선을 크게 끌지 못했다.

이것은 여야 실세들이 낙천.낙선운동을 활용해 '중간 두령들' 을 몰아내고 '사당(私黨)' 적 성격을 강화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정치개혁을 이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그 운동이 제기한 쟁점을 주변적인 의제로 밀어내 버린 결과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은 바로 시민사회의 정치개혁운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정치사회는 지역단위의 '두령-패거리' 구조에 갇혀 자기혁신의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

그 구조를 무력화(無力化)하고 해체시킬 수 있는 강한 힘이 외부로부터 주어지지 않고는 이합집산 정국은 정치혁신으로 귀결될 수 없다. 또 시민운동이 그 구조를 해체시킬 수 있는 힘을 촉발해내지 못한다면 낙천.낙선운동은 하나의 일화(逸話)로 그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낙천.낙선운동으로 정치사회에 '균열' 을 가져온 정치개혁운동도 이제 정치권의 구조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형성해 여기에 투입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런 만큼 시민운동은 이제 자신의 운동에 대한 정치권의 왜곡.굴절을 최소화하는 접근법을 찾아내야 한다.'두령-패거리' 구조의 작동을 무력화시키는 '대안구조' 를 제시하고 이것이 정치권 내부에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힘은 유권자들에게 잠재해 있다. 유권자의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촉매역할은 시민운동에 맡겨진 임무다.

이번 운동은 시민운동가가 아닌, 시민이 성공을 거두는 운동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기홍<강원대 사회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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