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5일부터 아시아·태평양 금연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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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가족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둘 이상이면 간접흡연으로 뇌졸중에 걸릴 위험 2.1배."

"흡연하면 비흡연자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 1.4배."

"금연을 '작심 3일'로 만드는 주범은 직업 스트레스."

이처럼 골초들에겐 악몽 같은 행사가 이번 수요일(15일)부터 나흘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다. '금연구역 확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제7차 아시아.태평양 금연대회(APACT.회장 정광모)에 44개국에서 45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일 예정이다.

▶ 흡연 시작 연령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담배를 일찍 접할수록 나중에 폐암.뇌졸중.심장병.당뇨병 등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이번 아.태 금연대회에선 미술치료 등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된다.

◆ 흡연과 당뇨병=흡연의 폐해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요즘 한국의 '국민병'으로 떠오르는 당뇨병을 촉발.악화시킨다.

대만 국립보건연구소 후이 링 수 박사팀은 40세 이상 남녀 2만3148명을 10년간 추적했다. 이들 중 현재 흡연자나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의 53%가 우려할 만한 공복시 혈당치(126㎜/Hg 이상)를 보였다. 비흡연자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은 1.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흡연자 가운데 공복시 혈당이 180 이상(당뇨병 환자)인 사람의 사망률은 정상 혈당 소유자의 7배(비흡연자는 3배)에 달했다.

수 박사는 "담배의 니코틴이 혈당 수치를 높이고 복부 비만을 유발하므로 흡연자는 당뇨병 환자가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학회에선 '하루에 담배를 30개비 이상 피우는 사람이 비흡연자에 비해 HDL(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수치가 떨어지고 그 결과 고지혈증에 걸릴 위험이 2배 커진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함께 발표된다.

◆ 간접흡연과 뇌졸중=한국인은 간접흡연에 대해 무지할 뿐 아니라 관대하다. 최근 국내에서 527명의 성인 남녀를 조사한 결과 '간접흡연의 유해성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금연 표시가 있는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봐도 그냥 넘기거나 자리를 피하는 사람이 70%에 달했다.

간접흡연은 직접흡연 못지않게 폐암 등 다양한 건강상의 피해를 준다. 이번 학회에선 뇌졸중이 추가됐다.

홍콩대 지역사회의학과 앤서니 헤들리 교수팀은 5601명의 사망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597명이 뇌졸중으로 숨졌으며, 이 중 38%는 간접흡연에 오랫동안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간접흡연으로 인한 뇌졸중 사망 위험은 가정에 한명의 흡연자가 있으면 1.3배, 2명 이상이면 2.1배 높았다.

◆ 담배 끊기가 어려운 이유=금연 결심이 '작심 3일'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무상 스트레스가 재흡연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이강숙 교수팀은 직장인 513명에게 금연 뒤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이에 과거 흡연자(지금은 금연)의 49.3%, 현재 흡연자의 52%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내세웠다.

이 교수는 "욕구.불안.두통.졸림 등 금단증상이나 체중증가 때문에 재흡연을 하는 경우는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며 "금연 결심을 허사로 돌리지 않으려면 명상.운동.이완요법 등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체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술치료와 금연=담배를 피우거나 애써 금연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콜라주.핸드 프린팅 등으로 표현하는 등 미술치료가 청소년의 금연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팀은 담배를 피우는 중.고생 6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엔 미술치료, 다른 그룹엔 미국에서 개발한 금연 프로그램을 각각 12시간씩 실시했다. 결과는 미술치료의 우세승. 3개월 뒤 금연성공률이 미국식 금연 프로그램은 23.3%, 미술치료는 36.7%였다.

김 교수는 "금연 관련 비디오를 보여주거나 과제물을 내주는 것보다 미술 작업을 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아 존중감을 높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이코드라마와 역할극을 합친 금연교육도 효과적이다. 학생들이 담배회사 사장 역, 골초 학생역을 맡아 연기하면서 흡연의 해로움을 직접 깨닫는다는 것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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