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2만원…제주도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고기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제주도가 주말 항공편을 구하기 힘들 만큼 관광객에게 인기다. ‘올레’ 열풍에 해외여행을 대신한 신혼여행객과 골퍼들의 ‘신종 플루 특수’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산물이 바로 말고기다.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말이 있듯 제주도엔 말이 많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말 2만4951마리(2007년) 가운데 1만8634마리가 제주도에서 산다. 이 가운데 추렴에 의한 도축까지 합하면 연간 1500마리 이상의 말이 고기용으로 출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선조는 오래전부터 말고기를 즐겼다. 조선 초기엔 매년 섣달에 제주도에서 암말을 잡아 건마육(乾馬肉)을 만들어 조정에 진상했다(『태조실록』). 세종 때는 제주목사 이흥문이 영의정 황희 등에게 건마육을 뇌물로 줬다가 발각돼 파직당할 만큼 왕실과 고관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군마 확보가 힘들어지자 조선 조정은 금살도감을 설치해 말 도축과 말고기 판매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했다. 지금도 말고기를 터부시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 탓이다(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이종언 박사).

말고기를 대해 본 소비자들은 대개 ‘질기다’ ‘퍽퍽하다’ ‘고기 색이 짙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소고기는 근내 지방(마블링)이 잘 발달돼 있는 데 반해 말고기는 마블링이 떨어져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엔 말 비육기술이 발달해 말고기를 부드럽거나 담백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말고기가 소고기ㆍ돼지고기 등 다른 붉은색 육류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점은 팔미톨레산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농진청 난지농업연구소가 제주도 말 20마리의 영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 팔미톨레산 함량이 8.2%로, 돼지고기(2.8%)나 소고기(2.6%)보다 2~3배 많았다. 팔미톨레산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의 일종이다. 이 지방을 다량 섭취하면 혈관 건강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고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 세포 기능이 향상(당뇨병 치료에 유익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팔미톨레산은 피부 미용에도 유효하다. 피지의 주요 성분인 데다 피부에서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해서다. 그래서 말기름은 오래전부터 민간에선 화상 치유 등 피부보호제로 써 왔다. 또 말고기엔 DHAㆍEPA와 함께 ‘오메가-3 지방 삼총사’에 속하는 알파리놀렌산(ALA)이 풍부하다. ALA도 혈관 건강에 유익한 지방이다.

그런데 이 팔미톨레산ㆍALA 등 불포화지방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쉽게 산화되는 게 단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 말고기는 대개 진공 포장 상태로 유통된다. 포장된 말고기는 냉장고에 보관하되 가능한 한 2주 이내에 먹는 게 바람직하다.

말고기를 가장 즐겨 먹는 나라는 일본이다. 연간 소비량이 2만여t으로 한국(300tㆍ2007년)과 비교되지 않는다. 네덜란드ㆍ독일ㆍ벨기에인도 말고기를 먹는다. 프리칸델이라는 식품은 말고기ㆍ소고기ㆍ돼지고기ㆍ닭고기 등을 섞어 만든 소시지다.

우리나라에선 말고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아 값도 일본에 비해 거의 5분의 1 수준(1㎏당 2만~2만5000원)이다. 사육하는 비용에 비해 이윤이 많지 않은데 이를 보충해 주는 게 말뼈라고 한다. 말뼈는 마리당 100만원 내외로 거래된다. 말뼈엔 칼슘(100g당 1만193㎎)이 소뼈(6839㎎)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골절이나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 칼슘이 얼마나 우리 몸에 흡수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