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60억 상징조형물’ 설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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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광주광역시가 시청 앞 광장의 ‘평화공원’에 60억원을 들여 상징 조형물을 짓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20일 “예향·의향으로 불리는 도시 이미지를 강화하고 시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역사 상징 조형물 6개를 해마다 하나씩 건립할 계획”이라며 “우선 내년 예산안에 10억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형물에 담을 주제는 ▶의병 항쟁 ▶선비정신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문학과 예술 ▶고싸움놀이 등으로 광주시는 전체 건립비용을 60억원으로 잡고 있다.

광주시는 3월 말 역사학자와 문화·예술인 10명으로 ‘광주 역사 상징물 조성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상징물에 담을 주제를 논의해 왔다. 당초 광주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 6명을 선정해 동상을 설치하려 했으나 객관성 문제 때문에 역사 상징물로 바꿨다. 광주시 측은 별도의 테마공원을 조성하지 않고 시내 중심으로 상징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평화공원에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계획을 확정했다. 김동율 광주시 문화체육정책실장은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은 6개의 지하주차장 환풍기 시설을 받침대 삼아 조형물을 앉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환풍기 시설은 가로 7m, 세로 4m, 높이 0.7m다.

이에 대해 광주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재정 형편도 열악한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손재홍(민주당) 광주시의원은 “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국비보조사업도 취소하는 마당에 생산성이 없는 일에 많은 돈을 들이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다음 주 예산 심의 과정에서 따지겠다”고 밝혔다. 광주참여자치21 오미덕 사무처장은 “공원 안의 상징 조형물은 흉물로 전락하기 십상”이라며 역사·문화도시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선 조형물 건립보다 정신계승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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