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학교 떠난 아이들의 파란만장 ‘인생 탐구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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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로드스쿨러
고글리 지음, 또하나의문화
247쪽, 1만1000원

태초에 길은 없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다니다 보니 길이 된 것일 뿐. 그럼에도 우리는 닦여진 길을 벗어나 걷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여기 새 길을 놓겠다고 나선 아이들이 있다. 획일적이며 때론 억압적인 제도권 교육에서 탈출한 아이들은 ‘ 스승이 있는 곳, 배움이 있는 곳을 학교로 삼겠다’며 길에서 삶과 지식을 배우는 ‘로드스쿨링’의 개척자가 된다.

책은 자신을 ‘로드스쿨러’로 명명한 용감하며 맹랑하고 때로는 발칙하기까지 한 청소년들이 기록한 자신의 이야기다. 엄마에게 자신의 첫 성경험을 고백하며, 부모가 왜 혼외정사에 빠져들었는지 이해하겠다고 밝힌 글 ‘어머니 전상서’는 뒤집어질 정도다. 어른들의 눈에는 길을 벗어난 듯해 혹여 길을 잃지 않을까, 낙오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깊이 있는 사유와 진지한 성찰이 묻어나는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오히려 기존의 통념이 고집하는 삶의 방식, 그 길이 정답인가 자문하게 된다. 질러갈지, 둘러갈지 걷는 방법만 다를 뿐 아닌가.

등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의 등 뒤로 꽂히는 편견의 화살,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온몸으로 감내하는 돈벌이의 고달픔, 스스로 삶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어려움 등 길 위에서, 세상 속에서 벌어진 아이들의 ‘파란만장 삽질 만발 탐구생활’은 흥미진진하다. 특히 향가를 화두 삼아 경주 곳곳을 누비며 신라를 파헤쳐 가는 공부는 깊이와 넓이에서 매력적이다. 공부한 것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데 불편함을 느낀 아이들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우리의 교육과 고정 관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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