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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재 선대위장 왜 바꿨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7일 선거대책본부장을 교체했다. 자신의 최측근인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을 선대본부장 임명 나흘 만에 경질한 것이다. 河총장은 총장직책은 그대로 갖고 있게 된다.

후임 선대본부장으론 YS계로 수도권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서청원(徐淸源.서울 동작갑)의원이 임명됐다.

정당이 선거일을 46일 앞두고 선대본부장을 바꾼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홍사덕(洪思德)선거대책위원장은 "河총장이 몇가지 이유로 사무총장직과 선대본부장직 사퇴를 강력히 희망했고, 그의 지역구가 서울과 거리가 먼 점을 감안해 선대본부장 사의만은 받아들였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결정이 공천파동에 대한 문책성 인사는 아니다" 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게 총재실 주변의 해석이다. "김덕룡(金德龍)부총재, 강삼재(姜三載)의원, 손학규(孫鶴圭)전의원 등이 주장한 공천파동에 대한 인책론을 李총재가 선대본부장 교체로 일정부분 수용하려 했다" 고 李총재의 한 측근은 설명했다.

"공천작업을 주도한 河총장을 선대본부장 임명 직후 물러나도록 한 것은 李총재로선 체면손상을 무릅쓴 어려운 결정" 이라고 이 측근은 덧붙였다.

徐의원을 새 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한 것도 공천파동 수습을 위한 조치의 하나로 풀이된다.

李총재 측근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등돌림을 막고 잔류파 민주계 등 비주류를 끌어안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徐의원도 "당내 불안을 진정시키고 선거국면을 민주당 대 한나라당의 대결로 다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할 것" 이라며 李총재에게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선대본부장 교체만으로 당이 쉽게 안정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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