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야당의 길'계산법] 운신폭 넓혀 자생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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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는 캐스팅 보트 전문가다.

그가 야당의 길을 선언한 것은 복잡한 신4당체제에서 움직임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공동여당의 일원으로는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아 정치적 실익을 챙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당직자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JP는 가장 적은 의석의 정당으로 다수 의석을 가진 여야 사이를 오가며 짭짤하게 실리를 챙겨왔다.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의 1여3야(1988~90년.신민주공화당)와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 후반기의 1여2야(95~97년.자민련)시대에 그랬다.

물론 "JP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고 측근들은 전한다. 이것이 결별선언의 주요한 동기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24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이한동(李漢東) 총재 옆에 배석만 하려 했으나 金대통령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당에 돌아왔는데 세상에 그럴 수는 없는 것" 이라고 했다.

JP의 측근은 "민주당이 강령에서 내각제를 제외한 것보다?총선시민연대가 JP를 '공천 부적격자' 로 꼽은 데 대해 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고 전했다.

특히 金대통령이 '시민세력의 활동을 법으로 막을 수 없다' 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직후 JP의 결별결심은 확고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임을 자처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선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전.충남권에선 "JP가 YS에 이어 DJ에게 또 당했다" 는 동정론이 지역정서를 자극하고 있었다.

여기에 야당 공천파문으로 "한나라당 일색" (李廷武의원)이었던 영남권 정서가 흐트러지면서 "반(反)DJ노선을 선명히 하면 자민련도 해볼 만하다" (朴九溢의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이날 대국민선언의 주체가 이한동 총재였다는 점을 들어 총선 후 JP가 金대통령과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JP 주변에선 "새로운 1여3야 체제에서 과거 3金관계처럼 선택적인 제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공동정권으로 복귀하기엔 너무 나갔다" 며 그럴 가능성을 배제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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