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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김 상무에게 월급 주는 곳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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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인구 변화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부른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63년 714만 명이 태어났다. 현재 인구의 14.7%다. 일명 ‘베이비붐’ 세대. 이들이 경제의 주축이 된 70~80년대, 한국은 산업화의 길에 들어섰다. 이들이 자산 축적을 본격화한 2000년대 중반 이후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40조원으로 불어났고 코스피지수는 2000 선을 돌파했다. 이들이 내년부터 정년을 맞게 되면서 노후 문제가 사회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준비는 열악한 수준이다.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에 힘을 쏟다 보니 정작 자신들의 노후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은퇴는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없어진다는 것으로 이들에게 두려움이다. 게다가 노후를 위해 목돈을 준비했더라도 자식들이 집을 넓힌다 뭐다 하면서 손을 벌리면 거절이 어려운 게 부모 마음이다.

노후 준비를 미처 못 한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한 상품이 ‘즉시연금보험’이다. 보통 연금보험은 보험료를 내고 나서 10년·20년은 기다려야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그러나 즉시연금보험은 목돈을 한 번에 넣고 그 다음 달이나 원하는 시기부터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55세 남성이 퇴직금으로 받은 2억원을 대한생명의 ‘리치바로연금보험’(종신형)에 이달 한꺼번에 넣었다면 이 남자는 12월부터 죽을 때까지 매달 95만2000원(현재 공시이율 연 4.8%)을 받을 수 있다. 은퇴를 하고 나서도 100만원에 가까운 월급이 생기는 셈이다. 그래서 이 상품은 은퇴를 앞둔 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삼성·대한·교보·신한·알리안츠·미래에셋 등 6개 생명보험사가 즉시연금보험을 팔아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는 2009 회계연도 상반기(4~9월) 2487억원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1330억 원)에 비해 87%나 급증한 수치다.

즉시연금보험은 절세 수단으로도 유용하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에 대해 내야 하는 15.4%의 세금이 면제된다.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해 매달 받는 돈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도 빼 준다. 예를 들어 금융소득이 연 5000만원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연 4000만원 이상을 금융소득으로 얻기 때문에 종합과세 대상자다. 그러나 5000만원 중 즉시연금보험으로 매달 150만원씩 받는 돈(연 1800만원)이 포함돼 있다면 이걸 뺀 나머지 3200만원만 금융소득으로 간주한다. 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금융재산 상속공제(2억원 한도 내에서 금융재산에 대해 상속금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도 받을 수 있다. 즉시연금보험이 부유층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유다.

이 상품은 연금 수령 방법에 따라 ▶적립금의 원리금을 평생 동안 나눠 받는 ‘종신연금형’ ▶적립금의 이자를 연금으로 받다가 본인이 사망할 경우 그 시점의 적립금을 상속자금으로 물려줄 수 있는 ‘상속연금형’ ▶일정 기간(10년·15년·20년 등) 연금을 받는 ‘확정연금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종신연금형이 인기가 많다. 사망할 때까지 매달 생활비를 받을 수 있어서 노후 보장이 확실하게 된다. 또 일단 가입하면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자녀에게 재산을 퍼 주다가 노후 자금까지 써 버려 곤란해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고 가족 간에 유산을 놓고 벌어질 분란의 싹도 아예 뽑아 버린다. 혹시나 연금을 몇 번 타 보지도 못하고 일찍 죽으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도 없다.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 10년 혹은 20년간은 법정 상속인에게 연금이 계속 지급된다. 그리고 원리금을 나눠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자만 나눠 주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주는 것보다는 매달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이 많다.

그러나 10년 이상 유지해야만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다. 그 이전에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세금 혜택을 토해내야 한다. 장기 상품이므로 재무 구조가 탄탄한 회사의 상품을 골라야 한다. 한 번에 1000만원 이상 목돈이 들어가므로 상품 선택도 신중히 해야 한다. 또 가입 당시엔 이자를 후하게 쳐 주더라도 시장 금리를 반영해 매달 금리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만 지나친 금리 하락에 대비해 보험사마다 연 2% 수준으로 최저 이율을 보장한다.

즉시연금보험은 생명보험사들만 취급한다. 미래에셋생명의 ‘LoveAge가입즉시연금보험I’과 신한생명의 ‘VIP즉시연금보험’은 이달 현재 금리가 연 5.2%로 다른 회사 상품에 비해 높은 편이다. 삼성생명 ‘무배당프리덤50+파워즉시연금보험’은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남은 배우자가 연금액의 70%를 받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또 순수종신연금형의 경우 가입자가 일찍 죽어도 유족이 연금을 대신 받을 수 있는 연금 지급 보증기간을 최장 30년까지로 선택할 수 있다. 대한생명의 리치바로연금보험은 1억~3억원까지는 0.3%, 3억원 초과 시는 0.5% 보험료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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