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차명단 발표] 아쉬움 남긴 '공천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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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이 17일 발표한 1차 공천자 명단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호남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K씨(41)는 "호남지역 중 전북은 지역구 10곳 중 군산만 빼고 전.현직의원들이 기득권을 지켰다" 고 말했다.

따라서 "지역구 통폐합 등 자연탈락자를 포함하면 물갈이폭이 50%에 이른다" 는 당쪽의 설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또 시민단체들의 공천반대 명단에 오른 김봉호(金琫鎬).김태식(金台植)의원이 재공천된 것이나 지역여론이 나쁜 것으로 알려진 C.L의원 등이 재공천된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공천심사위원인 김민석(金民錫)총재비서실장은 "재공천 여부의 가장 큰 변수는 지역여론"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당직자는 "지역여론에서 앞서고도 공천에 떨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며 "공천결과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례가 늘어나지 않겠느냐" 고 우려했다.

동교동계의 퇴조도 눈에 띄는 점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최측근인 동교동계 7명 중 권노갑(權魯甲)고문과 최재승(崔在昇).윤철상(尹鐵相)의원, 남궁진(南宮鎭)청와대 정무수석이 지역구를 포기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호남에서 동교동계가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도권에 30~40대의 정치신인들을 대거 등용해 물갈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 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학생운동권 출신의 임종석(任鍾晳.서울 성동).송영길(宋永吉.인천 계양)씨 등 '386' 그룹과, 운동권에서 금융전문가 등으로 변신한 이승엽(李承燁.동작)삼환컨설팅대표 등 12명으로 '청년개혁벨트' 를 형성해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킨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15대 총선 당시 김영삼(金泳三)정권의 뉴페이스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의 인재충원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천심사위 관계자는 "영남 65개 지역구 중 절반이 넘는 34곳과 수도권의 송파갑.강남을.과천-의왕 등 10여곳에서 마땅한 후보감을 찾지 못했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체포시도 등으로 영남쪽의 지역감정이 악화되면서 외부인사 영입작업이 사실상 중단되고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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