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청 도서관서 지구촌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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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송파어린이도서관 ‘월드존’에서 자원봉사자가 읽어주는 프랑스어 동화를 들으며 주인공의 몸짓을 따라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11일 오후 3시 송파구 잠실동의 송파어린이 도서관 2층. 불문학을 전공한 자원봉사자 김지민(45·여)씨가 프랑스 동화책을 읽기 시작하자 소파에서 뒹굴며 장난을 치던 6명의 아이들이 얌전해졌다. 주인공이 키우던 새가 날아가버린 대목에서 아이들은 “올랄라~(어머나)”를 외쳤다.

동화책을 다 읽은 뒤 반장인 정여정(잠일초 1년) 어린이가 출석을 불렀다. 아이들은 자신의 프랑스 이름인 ‘까이유(조약돌)’ ‘수리(생쥐)’ ‘쁘띠뜨(막내)’가 나올 때마다 “위(네)”라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이름 외우기 게임을 통해 책에 나오는 간단한 단어들을 익혔다. 퀴즈 시간엔 책에 나온 숫자, 이야기의 결과, 이유 등을 발표했다. 김씨는 “이곳은 프랑스 언어뿐 아니라 문화·예절을 배우는 곳”이라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비주(안녕)”라고 말하며 뺨인사를 나누었다.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주 1회 프랑스어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봉봉 바케트’의 한 장면이다. 원어민 강사 4명과 영어 전공 한국인 6명이 초등학생을 지도하는 영어 독서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도서관이 바뀌고 있다. 외국어, 외국 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반영해 구립 도서관마다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외국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금천구의 가산정보도서관은 대사관과 함께하는 세계 책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초어린이도서관에서는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맞춰 세계사·세계 지리·세계 문화유산 등을 배울 수 있다. 다양한 외국어 책을 비치한 곳도 많다.


이들 도서관은 강의실과 교재 등을 제공하고, 강사는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맡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봉사자들은 교통비 정도만 받고 일한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무료다.

과제도 있다. 이용자들이 영어 수업을 선호하는 반면 다른 외국어에 관심이 적어 도서와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송파어린이도서관 최진봉 관장은 “외국어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 고 있다”며 “책을 통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이의 사고력을 높이고,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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