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사외이사 역할 대폭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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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시중은행들은 올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교수 등 비전문가 출신의 사외이사 일부를 기업이나 금융기관 경영에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로 교체하는 한편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부여해 은행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지식을 갖춘 사외이사들로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이사회 내에 설치, 장기적으로 서구처럼 이사회가 위원회 위주로 운영되도록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빛.조흥 등 지난해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은행들은 올 주총에 앞서 사외이사들이 자율결의 형식으로 사표를 제출케 한 뒤 이중 일부를 전문 경영인들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와 관련, 위성복(魏聖復)조흥은행장은 "안충영(安忠榮)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사외이사들과 이같은 방안을 협의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고 말했다.

지난해 선임된 시중은행의 사외이사들은 모두 임기 3년으로 계약된 상태다. 하지만 서구은행들은 대개 1년제로 계약한 뒤 재선임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어 이같은 방향으로 국내의 관련 제도 역시 손질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공동으로 은행 이사회 개선방안을 연구중인 금융연구원 김우진 박사는 "최근 은행장들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의 사외이사들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나 일부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 이라면서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경우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엔 은행 경영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인사들로 선임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택은행은 다음달 주총에서 사외이사 수를 현재의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고, 은행권 최초로 사외이사 전원에게 1인당 7천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제일은행 역시 상장주식의 일정 비율을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사외이사들에게도 별도의 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임봉수.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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