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 墺 극우정당의 정권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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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니혼게이자이신문 2월8일자 사설

오스트리아에 극우 정당이 포함된 연립정권이 탄생했다. 국제사회는 대사 소환 등의 적극적인 제재조치도 마다않고 있다.

과연 국제사회의 이같은 반응은 민주주의의 보편적 구현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내정간섭에 불과한 것인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이 8일 '유럽의 이념과 부닥치는 극우정당의 정권참여' 라는 제목의 사설로 그같은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전문 번역이다.

오스트리아에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포함된 연립정권이 발족했다. 유럽연합(EU)의 다른 국가들은 오스트리아에 대한 정치대화 중지 등의 제재조치를 취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사를 소환했다.

국제적인 제재의 확산은 선거를 바탕으로 한 정권교체가 단순한 내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경을 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이념과 맞물려 있음을 일깨워준다.

선거결과라고 하는 한 나라의 민의(民意)에 무게를 둘 것인지, 아니면 국제적인 가치관과 이념에 비춰 정권의 질을 중시할 것인가. 오스트리아에 대한 제재는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방향에 관한 논제를 제시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유고슬라비아를 공습했을 때도 인권.인도(人道).국가 주권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는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내세운 유고 정권이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 주민을 억압했다는 현실인식이 공습을 정당화시키는 전제였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정권은 실제로 인권억압이나 비인도적인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 언론에서도 제재가 옳은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게다가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자유당이 얻은 27%의 표는 오랫동안 집권했던 사회민주당과 국민당에 대한 불만표가 대부분으로 반드시 극우적인 주장을 지지한 것이 아니었다.

국제적인 제재 움직임에 대해 오스트리아 국내에서 "오해에 따른 내정간섭" 이라는 반발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EU는 국가의 틀을 넘는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 공통의 민주주의 이념을 하나의 토대로 삼고 있다.

나치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언사마저 범죄시하는 사고도 침투해 있다. 따라서 EU가 극우적인 정당의 정권참여를 '내정문제' 로 간주해 묵과할 수 없다고 한 것 또한 자연스런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자유당의 하이더 당수는 배외주의적 주장을 폈다가 철회하는 대중 영합주의자다. 극우 정당 대두를 과대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민족주의를 지렛대로 삼은 대중 영합주의자의 인기 자체는 위험한 징후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연립정권을 구성한 오스트리아의 자유당과 국민당은 민주주의의 존중, 인종차별과 외국인 배척거부 등을 담은 선언에 서명했다. 새 정권은 먼저 정책과 행동으로 국제적인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정리〓오영환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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