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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 위한 밀폐형 구조 유리창엔 방범용 창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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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호 06면

14일 부산 국제시장의 실내실탄사격연습장에서 불이 나 일본 관광객 등 10명이 숨지고 7명이 중화상을 입어 구조대원들이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송봉근 기자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실내실탄사격장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5층 건물의 2층에 위치한 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사격장의 폐쇄적인 구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유리창이 방범창살로 막혀 있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 중부소방서 오세명 안전계장은 “지난 6일 점검 때 유리창이 방범창살로 막혀 있어 제거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왜 피해 컸나

화재현장을 본 소방관과 목격자들은 “불이 급격히 번지면서 많은 양의 짙은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번져 사격장에 있던 사람들이 연기에 질식해 쓰러져 미처 대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격장은 227.43㎡ 규모로 2층 출입구 앞에 화장실과 휴게실이 있고 휴게실 맞은편에 사격장과 탄약고가 붙어 있는 구조다.

연기가 많이 났던 이유는 사격장 실내가 나무 합판으로 돼 있고 휴게실에 있던 소파가 불에 탔기 때문이다. 진화에 참여했던 소방관은 “사격장 실내가 나무 합판으로 돼 있고 휴게실 소파가 불에 타 연기가 많이 난 것 같다”며 “화재현장에 도착했을 때 검은 연기가 워낙 많이 나와 앞을 분간할 수 없었고 화염까지 치솟아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불이 난 사격장은 실탄사격 소음을 줄이기 위해 벽을 방음처리한 데다 창문도 작아 연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는 밀폐형 구조여서 피해를 키웠다. 사격장 주변 상인들은 “평소에도 사격 소리가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입구 계단도 2명이 겨우 지날 정도로 비좁아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구조였다.

사격장 1층 출입구에 앉아 있었던 김미자(60·여)씨는 “‘펑’ 소리가 난 뒤 곧바로 시커먼 연기가 1층 출입구 쪽으로 빠르게 밀려 왔으며 순간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연이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연기가 창문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계단을 타고 밀려 나온 것이다.

목격자들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났다고 말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격장과 탄약고 쪽은 불에 타지 않아 실탄 사고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탄약고가 불에 탔으면 대형 폭발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불이 난 사격장은 소방안전관리법령상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소화기·유도등 같은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 화재원인 조사에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까지 소방점검에서는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격장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길가에 위치해 있어 소방관들이 초기 진화에 애를 먹었다. 소방차가 사격장 앞까지 오지 못해 실제 소방관들은 50m 이상 떨어진 곳에 소방차를 세우고 화재현장까지 이동해야 했다. 이 때문에 진화와 구조작업이 늦어져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인 관광객의 피해가 큰 것은 최근 실탄사격이 관광상품으로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피해 일본인 관광객은 후쿠오카 하카다항에서 선박편으로 이날 오전 11시25분 부산항에 도착한 뒤 인근 국제시장으로 쇼핑 겸 관광을 하고 곧바로 실탄사격장을 찾았다.

부산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실제 총을 쏠 수 있는 사격장이 제한돼 있고 일반인 이용도 불가능하다”며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의 실탄사격장에 대한 경험이 알려지면서 실탄사격장을 가보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1~2년 전부터 부산을 찾는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에겐 꼭 한번 찾고 싶어하는 코스가 실탄사격장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이날 오후 10시 현재까지 경찰에서 확인한 사망자 명단.
▶아라키 히데테루(36·荒木英輝) ▶이나다 아쓰노부(37·稻田篤信) ▶오쿠보 아키라(37·大久保章) ▶나카오 가즈노부(37·中尾和信) ▶마에다 다이키(36·前田大輝) ▶미야자키 히데타카(36·宮崎英生) ▶오치아이 마사히로(56·落合政洋) ▶나가하마 마사노리(57·永浜正則) ▶이명숙(40·여·KR여행사 가이드) ▶종업원 추정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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