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만 의존하는 한국 경제 문제점 보여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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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호 26면

한국은 세계 11위 무역 대국이다. 지난해 무역 규모가 8573억 달러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연평균 교역 증가율이 15%를 넘는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이달 12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 즉 무역의존도는 92.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원화 가치가 급락한 데다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원유 수출입 금액도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83%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2000년대 들어 50~60%대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무역의존도

무역의존도는 국민소득 또는 GDP에 대한 대외 교역(수출입 총액)의 비율을 가리킨다. 한 나라의 국민 경제가 어느 정도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넓은 영토를 보유한 국가는 자국 내에서 분업이 유리하므로 무역의존도가 낮다. 반면 한국이나 싱가포르, 홍콩처럼 개방 경제를 추구하면서 영토가 좁은 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아지기 쉽다.

국가별로는 지난해 94개 조사 대상국 중 한국은 11위였다. 사실상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361.7%)와 홍콩(348.4%)을 빼면 벨기에(188.3%), 말레이시아(168.5%), 슬로바키아(152.7%), 헝가리(138.2%) 등의 순이다.

무역은 외국의 경기 변동에 따라서 좌우될 수 있다. 따라서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한 나라의 경제가 해외 변수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거졌을 때 외국 언론들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크게 휘청거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던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 경제의 불균형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은 무역의존도가 31.6%에 불과하다. 인구가 한국과 비슷한 영국(41.2%)·프랑스(46.0%) 등도 내수보다 작다.

무역의존도를 줄이려면 내수 기반을 넓혀야 한다. 그래야 외풍에 시달리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은 특히 내수를 뒷받침하는 서비스 산업 기반이 취약하다. 정부는 내수시장 육성을 위해 교육·의료·법률 등 서비스 산업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이익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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